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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디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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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Mar 08. 2019

디어,인도

03화. 어느 하루

구글 위성 지도


나는 북인도를 여행했다. 북동쪽에 위치한 콜카타로 입국해 델리로 출국하는 동에서 서로 가는 단조로운 여정이었다. 그 중 첫 번째 도시인 콜카타는 과거 영국 식민지시대에 동인도회사가 설립되었던 도시이다. 시내를 둘러보아도 유럽풍의 건물이 곳곳에 남아있고 식민지 시대 지어졌던 성당과 건축물이 지금은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또한 차이나 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중국집이 많은 것도 한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이 도시의 상징을 꼽자면 마더 테레사 수녀다. 그녀가 평생 헌신하며 봉사했던 곳이 바로 콜카타의 빈민가였다. 숙소 근처로 가는 길에 그녀의 무덤이 있는 마더 테레사 하우스가 보였다. 여전히 전세계에서 많은 성자들이 이곳을 찾아와 봉사활동을 한다고 한다.

 

콜카타의 어느 거리
빨래

숙소 밖으로 나오면, 빈자들이 골목 바닥에 진을 치고 손을 내민다. 입에 손을 갖다대며 먹을 걸 달라는 듯이 제스쳐를 취한다. 모르는 척 긴긴 길을 걸어 다니기엔 맘이 너무 불편했다. 어딜 가든 오물냄새가 나고 큰 동물, 날벌레들과 걸어야하는 이 도시가 싫어 울상이었던 어제였다. 둘째 날이 되어서야 그나마 무서웠던 골목도 사람들도 조금 나아보였다. 여행 중에서도 걷기를 좋아해서 3km정도는 이쯤이야. 하면서 걸어 다녔다. 걷는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면 보이는 풍경이 달랐다. 걷다가 엿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이 재밌었다. 골목길 한 편에는 열 댓명의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팍팍 비누칠을 하면서 목욕 중이었고 좁은 구멍가게에 앉은 상인들은 ‘헤이 마담’하고 말을 건다. 덩치 큰 개들이 아이들과 뛰어놓고 있으며 차도에는 차가, 인도에는 사람들이 넘쳤다. 잰걸음에 가방을 단단히 부여잡고 그 사이를 비집어 다녔다. 인도의 바쁘고 복잡해보이는 생활 풍경도 정신 없었지만,  무엇보다 적응이 안 되는 건 어딜 가든 외국인을 빤히 바라보는 낯선 시선이었다. 나는 그들은 쳐다보지 않아도 그들이 나를 아주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널어둔 빨래를 확인했다. 방안에 빨랫줄을 만들어서 널어놨는데, 날이 더워 파삭하게 말라있었다. 그런 소소한 낙이 좋았다. 여행 초반에는 다른 언어와 사람들이 낯설고 무서웠으니까 익숙함을 찾으려고 부던히 애썼다. 부러 가장 좋아하는 옷을 꺼내 입었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서점을 찾아갔다. 여행 초반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이 들어서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해서라도 여행에 위안을 받고 싶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흥얼거리면서 침대 위에서 스킨 로션만 바르고 숙소를 나섰다. 

옥스퍼드 서점
책벌레들에게 줄 책

오늘 찾은 옥스포드 서점은 인도 전국 곳곳에 있는 체인 서점이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길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 사이를 지나다니다가 서점에 들어갔을 때의 평온함을 잊지 못한다. 인도에서 처음 발견한 조용한 곳이었다. 천장이 낮고 옹기종기 책들이 가득 들어차있어서 나긋한 느낌이 들었다. 예쁜 책을 보니 책벌레인 두 친구가 생각나 어린왕자와 영감에 대한 책 한권을 골랐다. 한국에서 짐을 줄이겠다고 읽고 싶은 책을 덜어왔는데, 여행길에서 다시 맘에 드는 책들을 고르게 되었다.  

빅토리아 메모리얼. 대영제국 빅토리아 여왕의 추모 기념관. 
식사중

빅토리아 메모리얼을 둘러보고 인디언 박물관까지 택시를 탔는데, 처음 협상한 금액보다 훨씬 큰 금액을 말하며 내려주지 않는 기사와 실랑이를 하다가 그냥 부르는 돈을 주고 내렸다. "유 라이어(영어). 다시 택시 안 타!(한국어)"를 외치면서 째려봤지만, 택시기사는 능구렁이같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분이 안 풀려서 박물관 입구에서 빙빙돌며 씩씩대다가 왠지 눈물이 날 듯한 상태로 박물관에 들어섰다. 


인디언 박물관. 그림구경.


'여행의 낭만은 여행이 다 끝나고 난 후에야 미화된 기억이 만들어 내는 것일까. 낭만을 원하고 온 여행도 아니었지. 궁금하고 직접 보고싶어서 온 거잖아. 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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