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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하늘 Apr 24. 2020

디어,인도

11화. 친절한 데상트 씨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숙소와 기차역은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인도가 없는 길을 걸으며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비껴가는 툭툭을 본다. 누군가는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오토바이를 타고서 따라왔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하도 사기를 치려는 사람이 많아서 다가오는 행인들을 무시하는 습관이 생겼다.


인도 사람 : 메이 아이 헬프유?

나 : 기차역을 가려는데 이 방향이 맞나요?

인도 사람 : 네 맞아요. 가는 길이니까 알려줄게요. 인도 여행은 어떤가요?

나 : 재밌는데, 힘들기도 하고 설명을 못하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서 정신이 없고. 화난 적도 많고

인도 사람 : 어딜 가도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 거죠. 좋은 사람은 오래 기억하고 나쁜 사람은 빨리 잊어요. 


한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건다. 신사적인 태도였다. 원래는 기웃기웃 농담을 던지며 붙잡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로 인한 피로감에 매일을 날려버리는 기분이 들었었다. 어쩌다 괜찮고 말이 잘 통하는 친구들을 만나는데, 이 분도 괜찮은 친구였다. 친절히 기차역까지 바래다주고서 여자전용 쉼터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때까지 여자전용 쉼터가 따로 있는 줄도 모르고 북적이는 자리 아무 데나 앉아서 기차를 기다리곤 했다. 기차 번호, 기차 시간, 이름, 여권번호 등등을 장부에 기입하고서 공간을 쓸 수 있었는데, 그분은 옆에서 내가 다 적어 내릴 때까지 지켜봐 주셨다. 


인도 사람 : 기차 출발 30분 전에 저기 전광판에서 기차가 왔는지 확인하는 거야. 그 담에 기차가 왔으면 플랫폼 4번으로 가. 

나 : 고마워. 정말 많이!

인도 사람 : 넌 우리나라에 온 손님이니까. 


휴게실에서 늘어지게 쉬다가 기차 시간에 맞춰 플랫폼으로 갔다. 이젠 놀랍지도 않지만, 기차가 무려 4시간이나 지연되었고 그동안 나는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지루한 기다림 동안 옆에 앉아있던 인도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한 아이는 내가 신기했는지 잡은 손을 떼지 못하고 핑핑 돌면서 시간을 보냈고 나도 가만히 있어주었다. 그때, 툭툭 누군가 어깨를 쳤다. 오전에 만나 기차역까지 바래다준 분이었다. 그분께 지금 기차역에 있는 이유를 물어보자 다른 도시에서 오는 친척을 마중 나왔다가 내가 떠올랐다고 한다. 외국인에게는 기차역이 너무 복잡하다며 내가 제대로 기차를 탔는지 궁금해서 와봤다고 했다. 


나는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짧게 대답한 뒤, 지금은 지연된 기차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아무 문제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런데 그가 ‘역시!’라는 표정으로 기차를 타야하는 플랫폼 번호가 바뀌었다며 이미 기차가 도착해있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후다닥 반대편 플랫폼으로 뛰었다. 어느새 안내판에도 감쪽같이 도착 예정인 기차 플랫폼 번호가 바뀌어있었다. 원래도 이렇게 갑자기 바뀌냐고 묻자, 종종 그런다고 했다. 기차가 떠날 새랴, 다급히 탑승 기차 칸을 찾고 좌석에 앉아 놀란 가슴을 쓸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기차가 조드푸르로 가는 기차가 맞는지 몇 번이나 물었다. 친절한 데상트씨는 내가 기차 자리를 찾아 앉을 때까지 같이 뛰어주고서 떠났다. 좋은 여행이 되라는 말과 함께. 마법사가 나타나 위기상황에서 날 도와준 기분이었다. 


기차 윗칸에 누워 조드푸르로 가고있다. 흔들리는 기차를 따라 몸이 흔들린다. 할 짓이라곤 노래듣기 밖에 없는데, 와이파이가 느려 재생요청 시간이 길다. 긴긴 기다림 끝에 한 곡, 아니 반곡 정도 겨우 들을 수 있다. '재생요청 준비중입니다' 기다림 끝에 듣는 노랫말은 달디 달다. 기차 시간이 지연된 관계로 조드푸르에 도착하는 시간 또한 늦어졌다. 늦은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기로 나와 약속했는데,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를. 다 괜찮기를 바랐다. 


달그닥거리는 기차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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