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는 넓히고
마음의 거리는 좁히고
정부에서 시행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집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연히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잠깐 접어두었던 블로그에 소소한 일상을, 그리고 독후감을 써 올리고 있다. 새로운 이웃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와중에, 디폴트로 고정돼 있는 멘트와는 다른 정겨운 멘트들이 눈에 띈다.
"책을 좋아하는 50대입니다. 서이추를 신청합니다."
"꽃을 사랑하는 아줌마가 이웃 신청합니다."
"서예 하는 누구입니다. 서로 이웃 신청을 받아주세요~"
예의를 한껏 차린 멘트들이 따듯하다. 그저 이웃수만 늘리려고 찔러보기 식으로 신청하는 것과는 격이 다르다. 높은 확률로 '진짜' 교류를 할 수 있는 이웃들이다.
그런 분들에게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서로 이웃을 신청했다가 이웃으로 몰래 바꿔버리는 얌체들도 많고, 아예 이웃까지 끊어버리는 사람도 많은 가운데 지속적으로 친밀감을 쌓아가는 나이 든 이웃들이 참 좋다.
나이가 들고도 취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멋지다. 자녀들의 삶에 밀리고 배우자의 삶에 치여 이름을 잃어버리는 노인이 아니라, 자기의 이름을 내건 블로그라는 젊은 공간에서 젊은 친구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어른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술 마시고 남을 흉보는 대신, 고이 기른 난초를 사진에 담아 올리고 먹을 갈아 붓으로 마음을 쓰는 고고한 어른들이 더 많은 공감과 더 많은 이웃들을 갖게 되어 자존감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도 유튜브를 즐겨 시청하고 신문도 다 인터넷으로 본다. 엄마는 음식을 할 때 레시피를 검색하여 새로운 요리를 만든다. 시외로 나갈 때 모바일로 예매를 하고, 기프티콘으로 카페도 간다.
논과 밭처럼 예전부터 우리네 삶이었던 전통적인 것들과는 달리 갑자기 등장한 정보의 물결에 밀려 스러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방식대로 천천히 물결의 방향을 느끼는 주름진 손들이, 앞으로 더욱 '빠르고 젊은' 문명에 익숙해졌으면 한다.
도와주면 된다. 알려주면 되고 기다려주면 된다. 그들이 걷는 길이 가까운 미래에 내가 걸을 길이 될 것이므로, 노인들을 배제하지 말고 함께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소외되지 않는 방법이다. 모든 것은 나서 죽음으로 간다. 인생의 끝이 더욱 밝고 따듯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 나이 든 이웃들에게 공감 버튼을 눌러 사랑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