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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로북스 Nov 01. 2024

담백한 손두부 같은 에세이

사랑하는 것이 외로운 것보다 낫다

#사랑하는것이외로운것보다낫다


의리로 읽고 애정으로 덮었다.


사실, <사랑하는 것이 외로운 것보다 낫다>를 읽은 것은 팔할이 의리였다. 한참 전 나의 책친구 스위머(@book_holic._swimmer)가 이은정 작가님을 존경하고 아낀다는 말을 듣고 읽은 첫 책이 <지니 너 없는 동안>이었다. 그 뒤에 여차여차해서 작가님과 왕래가 잦지 않은 일촌(?)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작가님의 피드를 통해서 산문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 이런 거 못 참지. 상대방이 알든 모르든 난 의리 하나는 으리으리 하니까. 도서관 희망도서를 신청해두었다가 여름의 끝자락 점심시간을 스타벅스에서 <사랑하는 것이 외로운 것보다 낫다>와 함께 보냈다.


다시 말하지만 의리로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애정으로 책을 덮었다. 뭐랄까. 이제 막 나온 되게 담백한 손두부를 먹는 맛이랄까. 내 기준에서 그런 글이었다. 특별한 기교나 화려함 보다는 담담히 풀어낸 글에서 따뜻함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그 글을 읽고나면 속도 편하고 꽤나 큰 포만감을 느낀다. 나도 산문 꽤나 읽는 편인데, 오랜만에 느끼는 그냥 편안한 편안함이었다. 인간적이었고 솔직했다. 그래서 저항감 없이 나는 애정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냥 이런게 산문의 매력 아닐까. 무방비 상태에서 어떤 한 문장이 혹은 어떤 작가의 마음이 훅 치고 들어올 때 막아낼 수 없는 행복한 무력감. 작가님이 아직 쓰지 못했다는 그 최고의 글을 기다려 본다.


작가님 화이팅이요.


텍스트의 요란함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친구들에게 딱 맞는 처방책이지 싶다. 혹은 계절이 훅 넘어가는 이 시기에 잠시 텍스트 환기 시키고 싶은 친구들에게도 맞춤이다. 추천하고 싶다. 딱 이 계절에. 나의 책친구들에게.


덧) 작가님의 아래 글을 보며 나도 오는 가을과 겨울에 올라 타 네 번째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 둘) 스벅에서 매번 사이런오더로 주문한 내 음식이 늦게 나와 <배고픈 것이 살 찌는 것보다 낫다> 라는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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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귀에 들리든 안 들리든 나는 말해야겠다. 아픈 당신은 글을 써야 한다. 슬픔에 허우적대는 손가락으로 글을 써야 한다. 마지막 숨까지 참았다가 고통당한 몸으로 글을 써야 한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과 살아가는 일은 다르다. 살아가려면 우리는 모두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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