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화두는 '상상'이다.
상상은 그저 상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상상 속에 살고 있다.
일루미나티 같은 음모론을 말하는 게 아니다. 푹푹 찌는 더위에 손부채질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채를 떠올리거나 에어컨과 같은 기계를 상상하고 현실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 하다못해 신발 밑창에 미끄러지지 않는 패턴을 적용한 것 또한 누군가의 상상이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언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한글은 창제의 목적까지 명확한 글자이지 않은가?
인간 사회를 이루고 있는 어느 것 하나 그냥 생겨난 게 없다. 의도를 갖고 상상하고 현실로 만들어낸 것들이다. 책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허구를 상상하고 믿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고, 발전한 이유라고 했다. 종교와 정치 같은 체계는 상상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창작물인 샘이다. 심지어 물질적인 실체도 없이 상상과 믿음 만으로 유지된다. 이처럼 주위의 모든 요소가 상상의 산물이라고 했을 때, 인간의 삶의 목적이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에 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나의 오랜 화두는 '상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상상만 하던 사업을 현실로 구현하거나 구상만 하던 글을 써 내려갈 때와 같이 내 능력과 관심은 관련된 상상으로 이어지고,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 낸다. 나에게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행위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이왕 사는 거라면 다른 누군가의 상상이 아닌 내 상상 속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