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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You May 30. 2022

대륙의 스케일

도대체가 중국이란...


앞서도 쓴 적 있듯 (앞서가 너무 오래 전이네요, 임신/출산으로 인한, 늦은 복귀 죄송합니다...;)

아무런 준비와 사전 정보 없이 갑자기 중국이란 나라, 그것도 쑤저우라는 도시에 오게 되었었기 때문에,

전혀 중국어나 중국, 내가 가게 될 도시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매일매일이 새로웠고 또 신기했는데, 그 나날 중 꽤 충격적인 것은 중국의 '스케일'이었다.


땅이 워낙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라, 모든 기본 개념이나 단위가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는데, 그것을 슬슬 깨닫게 된 시작은 이러했다.


남편과 함께 남편의 학생들과 자주 만나 맥주도 한 잔 하고 맛난 것도 먹곤 했는데, 친해지다 보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고향이었다. 가까이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멀리서 와서 지내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물론 영어로 대화함) 뭔가 이상했다.


-Oh, so your hometown is XX. (아, 그래서 고향이 XX라고요?)

-Yeah, it is very close to Suzhou. (네, 쑤저우랑 가까워요)

-Then, when you visit your parents, how long does it take? by train or by car? (그럼 고향 방문할 때 얼마나 걸려요? 비행기? 아니면 차?)

-Oh it takes just 4 hours by train. (딱 4시간밖에 안걸려요~)


-JUST 4 hours??? (고작 4시간이라고???)


학생들과 고향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의 많은 부분이 이러했다.

고향이 정말 가깝다는 걸 강조하면서, 기차로 겨우 4시간(또는 차로 겨우 6시간..)밖에 안 걸린단다.


응...? 부산과 서울이 기차로 2시간 20분인데.. 우리는 그것도 꽤 먼 거리라고 생각하고 사는데,,,?


-근데, 기차로 4시간이면 가까운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fast train (중국 버전 ktx)이 생기기 전에는 일반 기차로는 16시간 걸렸는걸요~ 이제 얼마나 가까워요~

-헐.......


일반 기차로 16시간이라니,, 도저히 상상 불가능한 시간대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 날 알았어야 했다. 중국의 거리 감각과 .. ㅎㅎㅎ 시간 감각을.


하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한 채, 음...just(겨우, 단지)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나,, 학생들의 영어가 조금 짧은건가? 라는 생각만 했었다.


얼마 후. 쑤저우가 상하이 바로 옆이라니까, 남편과 같이 용감하게 상하이를 기차타고 가 보기로 했다.

중국말도 못 하고, 한자도 읽지도 못하지만 우리는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었다.


집에서 택시를 타고 쑤저우역으로 가서, 상해행 티켓을 사 상해로 가는 여정이었는데 일단 중국 학생들에게 대략적인 절차에 대해 도움을 청했다.


기차표는 어떻게 사면 되는지, 기차는 어디서 타면 되는지..


그러자 하나같이 하는 말이,


걱정 말아라, 쑤저우역은 정말 small staion이다(작은 역), 절대 길 잃을 일 없을 것이다! 그냥 줄 서있다가 표 살 차례가 되면 '상하이,' 라고만 하면 티켓을 줄 거고 티켓에 적혀 있는 정보를 보고 기차 타면 된다.


는 것이다.


한 명만 그런 것도 아니고, 물어보는 학생들마다 손사레를 치며 그런 말을 하니까 .. '작은 역'이라길래 대충 그냥 시골의 간이역 정도로만 생각했다.


대충 내가 생각한 간이역. (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하지만....


막상 쑤저우역에 도착한 나와 남편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아주 작다던,,, 쑤저우 역. 이 사진은 역의 극히 일부분....
작은 쑤저우역 뒷문 ^^ ㅋㅋㅋ



정말....

작다던 그 역은...


자주 다녀 너무 정신없고 붐벼서 싫어하던 서울역보다 체감상 2배는 더 큰 것 같았다.


잠시만.. 얘들아..


쑤저우는 small city라 역도 작다며...스몰 시티라며...?


그 때 뭔가 전광석화같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작은 도시의 기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호주에 있을 때 부터, 쑤저우로 간다고 하면, 중국친구들이 쑤저우는 '작고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해서 내 머릿속엔 나도 모르게 쑤저우 = 상해 옆의 작은 도시라고 개념이 박혀버린 상태였고,  그 개념이라 함은, 내 고향 부산으로 따지자면 부산 옆의 작은 도시 창원 정도....? ㅋㅋㅋㅋㅋㅋ 서울로 생각해 보면, 분당 정도....?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쑤저우 그 작은 도시의 인구는 고작 천만명이랜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중국의 인구에 비하면 작은 도시, 적은 인구가 맞지만.. 내겐 아닌..데...ㅎㅎㅎㅎㅎ

중국에서는 인구 천만명도 작은 도시랍니다.



이날은 확실히 중국의 스케일을 체감하고 놀랐지만,

그 후로도 몇 번 당했다.


-에피소드 1


-켈리야, 황산 놀러갈래?
-오, 황산, 많이 들어봤어. 유명한 곳이지?

-응, 장난아니야 엄청 이뻐. 바로 근처인데 1박 하고 오자.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그래 가자!


떠나는 날 내 생각: 바로 근처니까 차로 1시간? 중국 스케일 감안해서 뭐 많이 걸리면 2시간이겠지?


실제: 차로 4시간 반 걸림.


-에피소드 2


-켈리야, 너 난징 놀러간다고?

-응! 나 남편 학회 일정으로 난징에 놀러가.

-그렇구나, 가깝네. 기차타고 가지? 난징 어디 역으로 가?

-난징이니 당연히 난징 역 아니야?

-응 아니야. 난징에 역 3개나 있어. 난징역, 난징서역, 난징남역.

-왜....?

-뭐..쑤저우보단 조금 크니까 그런가봐..


난징에 가니, 서울역(보다 더 큰것 같은..)만한 기차역이 도시에 3개나 있었ㄷ..ㅏ.....



에피소드 3


-켈리야, 너희 고향에서 서울은 가까워?

-아니, 부산에서 서울은 꽤 멀어.

-얼마나 걸려?

-빠른 기차로 2시간 30분 정도?

-엄청 가깝네! 출퇴근 하는 사람은 없어?

-뭐라고????? 서울, 부산을 출퇴근하는 사람은 없어..

-왜? 바로 옆인데?!?!?! 엄청 가까운데?!?!?!

-.....안 가깝다고!! 겁내 멀다고!!!!!!!!!!!



이상 대륙의 스케일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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