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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You Nov 22. 2022

심심함을 잃어버린 우리들

심심해를 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날들

라떼는 말이야-라는 재미진 한 마디도 어느 새 유행이 한물 가 버린 느낌이 물씬 드는 2022년의 끝자락.


문득 길을 걷다 보니, 매일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치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은(물론 어른들도...)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길을 걸어 가면서도,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친구를 기다리면서도.


그들을 보며 문득 참, 심심할 틈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 나이 무렵의 내 모습을 떠올려봤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기억이 꽤 나는 3-4학년 무렵부터 돌아보자면, 


나는 정말로 항상 너무너무 심심했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심심해서 가방을 쥐불놀이하듯이 흔들어대고, 우산도 흔들어대고 (비가 오고 있으면 손에 쥔 채로 돌려서 물을 사방팔방으로 튀김), 물병도 흔들어댔다. 돌멩이도 괜히 걷어차보고, 동전이 떨어져있진 않나 유심히 살피기도 했다. 그러다 땅바닥에 조금이라도 신기해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집에 주워가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쓰레기를 왜 주워왔냐는 잔소리와 함께 그것들은 버려지곤 했지만..


항상 너무 심심하니 책을 읽었고, 종이를 접었고, 친구가 있을 법한 골목 골목을 쏘다니기도 했다.


문구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른 애들이 하는 뽑기를 구경하기도 했고, 슈퍼 앞에 앉아 판박이 껌을 사 가는 어른이 있으면 뒤에 몰래 따라가 그 사람이 버리는 스티커를 얼른 줍기도 했다. 특히.. 덴버 껌은.. 어른들도 꽤 많이 사가는 제품이었는데, 껌 포장 종이가 판박이였다. 보통, 어른들은 사 가면 그 자리에서 껌 종이를 버리곤 했기 때문에, 근처에서 기웃대고 있다가 그걸 줍는 날이면 기분이 찢어질 것 같이 좋았다. 


출처: 트위터


지금 써 놓고 보니까 상당히 찌질하고 구차한 기억들인데..


내 추억이 재밌다고 지금 아이들의 삶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게 아니다. 


어른이든 애든 핸드폰만 쥐면 세상 모르는 게 없어지고 연락 안될 사람이 없어지니 이 조그만 기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심심함을 잃어버렸다는 건, 유년 시절에 심심해봤던 우리 세대 말고, 아이들에게 정말 큰 손실이 아닐까.


심심함은 유년 시절 최고의 친구다.


 심심함에서 온갖 놀이를 발명하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재미와 유희거리를 찾아 나서며, 지금쯤 친구들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지 짱구를 최고조로 굴려야만 했던 그 시절.


스마트폰은 우리 모두에게 심심할 틈을 빼앗아 가 버렸다.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좀처럼 주지 않는 이 네모난 기계는, 우릴 하나도 안 심심하게 해 주지만, 거꾸로 말하면 우리 모두의 친구였던 심심함이 요즘 아이들에게서 박탈되어버린 건 조금 많이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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