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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간디 Jan 24. 2022

[뒷얘기] 2021 마지막 프로젝트의 건


  '이 일을 왜 하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사회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을 질문이다. 그렇지만, 한번 생각을 시작하면 끝도 없이 꼬리를 무는 infj로서의 성향이 충만한 나는 그런 질문을 듣고 나면 끝도 없이 성찰을 해 보곤 한다. 이 일을 하는 이유.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그리 적게 일한 것도 아닌 영상 제작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이유. 특히나 어느 분야에나 일할 수 있는 직종 중 굳이 음악산업 분야인 이유. 음악을 좋아하고 평상시에도 즐기는 이유가 하나가 있을 수 있겠다. 더 큰 이유는 콘텐츠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빠르게 피드백이 오는 분야라는 점. 그 대상이 케이팝 팬덤이 주 시청층인 콘텐츠가 되었을 땐 누군가를 재고 따지는 것 없이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모인 피드백이 더 빠르게 다가온다는 점이 특히나 좋았던 것 같다.


 가장 최근에 프로젝트를 하나 하게 됐다. 결론적으로는 다른 자리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것을 모색하게 되었지만, 그 마지막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만큼은 소홀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퇴사했다는 말을 하기 싫어서 돌려 말했지만 내가 써놓고도 무슨 말인 지 모르겠다. 제대로 쓰자면, 퇴사 전 콘텐츠를 진행하게 됐는데, 퇴사 직전에 진행한 콘텐츠에 열정을 쏟자는 다짐이라는 뜻.) 참 신기하게도(나 혼자 신기했던 점이겠지만) 지난 초여름의 데자뷔 같았다. 진한 풍파 속의 21년을 보내며 두 번의 퇴사를 경험한 나는 공교롭게도 퇴사 전 진행했던 콘텐츠들에 같은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경험(?)을 연이어 하게 된다.


 처음 촬영하게 되는 아티스트와 두 번째, 세 번째 계속해서 촬영하게 되는 아티스트를 볼 때는 해당 아티스트를 공부(?)한 양이 달라진다. 나는 촬영 전 서치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왕창 수집해서 디테일을 살리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개성이 다른 사람들을 모니터를 통해 마주하는 기분이 드는데, 이러한 나름의 서치와 데이터베이스를 거쳐 여러 번 촬영하게 되는 아티스트의 팬덤에는 심리적으로 조금 더 익숙해지는 혼자만의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혼자만의 내적 친목(?)을 다진만큼, 이 사람들이 보고 싶은 바는 무엇일까를 한참 많이 고민했었다. 특히나 촬영해야 할 콘텐츠가 장시간 러닝타임을 가진 인터뷰 위주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고민이 더해졌다. 연출 포인트를 잘못 잡거나, '긴 러닝타임을 대충 멤버들이 하는 말로 때우기만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보는 사람들에게 단 하나의 영양가도 없는 영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손뼉 소리와 발자국 소리를 살린 안무 콘텐츠에서도 이 포인트를 귀신같이 알아봐 주고 댓글을 많이 남겨준, 조명과 카메라 워크 포인트까지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는, 게다가 다소 뜬금없을 수 있는 블랙박스 소재의 안무 콘텐츠가 공개되었을 때도 저항 없이 웃어주던, 콘텐츠에 진심을 실으면 그것을 알아봐 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진심을 실으면 분명히 알아봐 줄 사람들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내 마음이 닿았을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주어진 준비 시간과 촬영에서의 시간, 그 후에 준비해야 하는 영상 외적인 일들(사진 셀렉부터 홈페이지에 적는 소개 멘트까지도) 나름 최선을 다해봤다. 무엇보다 1년 이상의 휴지기를 가져야 하는 해당 아티스트와 팬덤의 상황에 무슨 이벤트라도 있었으면 했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몽글몽글해질 예쁜 말들이 많은 분위기들이 아티스트에게 조금이라도 전달이 되었으면 했고, 기존의 포맷 상 없던 이벤트도 만들어 봤다. 라이브도 했다. 인터뷰도 따뜻한 팀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케미 속에 살아날 수 있게 개인 인터뷰가 아닌 페어 인터뷰로 진행했다.


 많은 촬영을 거쳐 왔지만, 나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은 프로젝트다. 홈페이지 소개글에 쓴 내용처럼, K-POP의 미래를 밝힐 이들을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더 사랑하게 될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나부터 열 까지 해 달라는 것도 많은 촬영이었는데, 한결같이 밝고 순둥순둥 하게 모든 걸 마쳤던 아티스트도, 이런 아티스트를 닮아있는 팬덤도 너무나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2021 마지막 프로젝트 기록 ㄲㅡㅌ. (:잠깐의 휴지기지만 양쪽 다 건강하게 지내고 하루빨리 만나시길 바라며)#온앤오프 #퓨즈



그날 기록으로 촬영장에서 먹은 커피 사진 하나가 남아 있는데, 요걸 아티스트가 '두루미 커피'라고 표현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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