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며, 자신의 친필로 사인을 해서 준다는 것은 언제나 감동이다.
서정혜 시인의 6번째 시집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를 얼마 전에 선물로 받았다.
요즘 회사 일과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밀리는 바람에 정말 바쁜 한 달을 보낸듯 하다.
오늘 간만에 컨디션이 안좋다는 핑계로 집에서 잠시 여유를 가져본다.
드디어 책꽂이에 고이 모셔둔 책을 찬찬히 들여다 봤다.
시도 좋고~~ 우선 제목부터 너무 좋다!!
나무도 가끔 허리를 편다~~
우선 제목에 있는 시부터 찾아서 읽어봤다.
나무는 가끔 허리를 어떻게 피는지^^
시집이나 에세이가 좋은 점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가끔 순서대로 읽어야 할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챕터별로 내가 마음가는 구절부터 읽으면 된다.
마음가는 구절이나 챕터부터 읽으면서 혼자 머리속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그러면 새로운 세계가 나에게 다가온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다.
32번 국도를 지나다 보면
하늘이 부르는 쓸쓸한 노랫소리에
허기진 산자락 길게 내려와
동네 어귀에 서 있는 것을 본다
벼들은 눕혀져 휴식기에 들었는데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와 주는
당신의 추억이 있어
이제는 겨울이 막막하지 않다
바람을 밀어 보내며
흔들리는 제 그림자를 바로 세우는
나무
후드득 후드득 비가 내리자
나무들 문득 허리를 펴고
내 곁에 다가와 선다
뻐꾸기 눈망울 유순하게 또록이는
한껏 푸른 하늘 아래
햇살이 배꼽 드러내고
누운 산정山頂
나뭇가지 사이로
가만히 귀를 열고
노릇노릇 익어가는 오늘
삶의 매듭마다 올려다본 하늘
주님의 이마에 그려지던 안개 따라
오늘도 일상의 안도감으로
잠시 평강을 누린다
부디 남은 날들도
가벼워지기를…
숲에 숨어들어
나무의 심장에 귀를 기울인다
물관을 지나가는 초록의
내밀한 언어들이 두근대는
심장 박동 소리
내 귀는 듣는다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싶은
마음이 있어
바람의 심장에도
귀를 기울인다
이 숲을 나간 뒤 기별 없는
그 사람의 기척인 듯
허공에 신발 끄는 소리
머리 위에는
새끼를 낳은 어미 새가
부지런히 둥지를 드나든다
서정혜 시인의 말처럼 오늘 남은 날들도 가벼워지기를..
오늘도 일상의 안도감으로 잠시 평강해 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