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이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이 영애의 손을 따라 은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서원과 서진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영애의 모습이 아름다워 환호와 함께 연주가 끝날 때까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뒤에서 물끄러미 엄마의 연주 모습을 지켜보던 준우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걸렸다. 오늘만큼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엄마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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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원, 내가 한영수 선배 좋아하는 거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그런 거지? 선배한테 괜히 친한 척하고, 고백도 받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랬어?”
서원은 박나리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리야 네가 뭐 오해한 것 같은데, 네가 한영수 선배 좋아하는 거 몰랐어. 그리고 한영수 선배랑 같은 학생회라서 학교에서 임원 회의로 마주친 것이 전부야. 그냥 선배로 대한 것이 다야.”
“누가 모를 줄 알아? 네가 영수 선배한테 먼저 꼬리친 거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부족한 거 하나 없는 영수 선배가 너 같은 애한테 왜 관심을 갖겠어?”
나리의 말을 듣고 있자니, 서원은 할 말이 없었다. 박나리는 자신이 믿고 싶은 말만 계속 서원에게 내뱉을 뿐이었다.
서원은 그런 박나리가 조금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박나리의 입장이었다면 화가 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박나리와는 더 이상 가까워 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안 후로는 그냥 학교 친구로만 이해하고 학교생활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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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아빠와 집을 잃은 서원은 모든 것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졌다.
가장 후회되는 건 아빠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 것.
수능시험 아침에 고사장에 데려다 준다는 아빠의 말을 들을걸 후회가 되었다.
후회와 함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서원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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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은 아빠의 49제를 마치고, 엄마와 외삼촌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외삼촌 민석이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난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매형처럼 철두철미한 사람이 갑자기 가버린 게. 매형 회사 기술력도 좋았잖아. 관련 특허도 많이 보유하고 있었고, 우수중소기업으로 인정받던 회사였는데, 사업 확장 결정한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자금 압박이라니.. 누나는 뭐 들은 거 없었어? 수출실적도 좋았던 걸로 아는데.. 매형 돌아가시자마자 자금 압박에.. 압류라니? 뭐가 석연치 않아.”
“나도 서원아빠 갑자기 그렇게 되고, 정신이 없어서 생각을 못했는데.. 시간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 당시 서원 아빠는 신기술 접목한 제품 준비한다고 한동안 바빴어. 관련 특허 출원준비도 하고 있었고, 성현씨가 관련 투자를 지원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내가 회사 일을 자세히 아나.. 서원아빠가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앞으로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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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있어야 말을 하지. 지금은 그냥 직장 상사 그게 다야. 그런데, 김서원 잘 컸더라. 일도 잘하고, 똑 부러진 게 옛날과 똑같았어.”
“아직, 말도 제대로 못했나 보네. 답답아~ 윤준우 정신 똑바로 차려! 너 정도면 같은 남자가 봐도 근사해. 얼굴 잘생겼지, 능력 있지. 키도 훤칠해. 완벽해! 완벽! 그러니까 자신감을 갖고 잘 해봐.”
진수의 농담 섞인 칭찬에 준우가 웃었다.
“김서원 남자친구 있더라. 얼마 전에 우연히 들었어.”
“야!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니? 윤준우 다 죽었네. 너처럼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가 어디 있다고! 자신감을 가져.”
“정진수! 말이라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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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는 그런 서원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김서원, 이 여자는 참 신기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그렇게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을까?’
준우의 머릿속은 어느새 김서원이라는 여자로 가득 차 있었다.
욕심이 났다. 그녀의 옆에 있고 싶어졌다.
준우가 절대 믿지 않겠다는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싶어졌다.
준우에게 그녀는 첫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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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그와 그녀의 추억3 - 피아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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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그녀의 이야기1 - 오해와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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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그녀의 이야기2 - 수능시험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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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그녀의 이야기3 _ 그 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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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그녀의 생일 그리고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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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첫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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