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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하는 인간

2025.11.22. 토

by 감우

오픈 직후부터 꾸준하게 손님이 들어오셨던 토요일. 덕분에 일단 지난주보다는 나은 매출.


나는 분명 내가 사 온 금액보다 비싸게 파는데 왜 돈이 하나도 남지 않는 걸까, 이런 답 없는 고민들을 하다 결국 원인은 회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품의 가격만 놓고 비교하면 분명 마진을 붙여 팔고 있지만, 나는 늘 팔린 수량보다 더 많은 수량을 가져와야 하는 숙명을 부여받아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것이다. 이건 마치 시지포스의 바위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장사는 일종의 형벌인 걸까?


이 건강하지 못한 회전운동의 관성을 끊어내고 부의 축적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몇 가지 개선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상품가를 인상하여 마진율을 높인다.

2. 저마진 상품을 열심히 찾아 나선다.

3. 고마진 아이템을 제작한다.

4. 회전율을 더 높여 많이 팔고 많이 남긴다.


플로팅에는 고마진 제품의 비중이 높지 않다. 스큐는 적지만 중요도는 높은 편인 도서는 대표적인 저마진 제품에 속하고, 나름대로 편집숍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브랜드 제품보다는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려 노력했던 탓도 크다. 사업적 측면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여전히 이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장사' 혹은 '사업'이라는 돈 놓고 돈 먹기 판에 들어와 제대로 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 채 순환뿐인 순환만 지속한다면 그거야말로 옳지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플로팅이 고객과의 신의를 지키고, 편집숍으로서의 가치도 잃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수익을 내려면 3, 4번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겠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플로팅이 아직 수익다운 수익을 낼 때가 아닌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뭔가를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그러나 매일 이렇게 우는 소리를 하는 것과 달리, 내가 대단히 가난하고 비루하게 사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나름의 소비를 꾸준히 하고 있고(어제는 사치의 대표 주자 격인 네일도 받았다고요?), 그것은 다 플로팅이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수익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 다닐 때 개인적인 소비와 기타 등등을 다 처리하고서도 돈을 모을 수 있었던 데 반해 지금은 '모은다'는 개념 자체를 상실해 버렸다는 게 문제다. 내가 여전히 사업자 마인드셋을 갖추지 못하고, 회사원 마인드로 숫자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곰곰 생각을 하다 보니 단순히 돈을 더 벌고 싶은 마음보다는 '모은다'는 개념을 되찾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축적'의 감각,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나갔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가는 돈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바로 그! 감각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카카오 한 달 적금을 시작했다. 하루에 천 원씩. 한 달을 모으면 3만 1천 원에 이자 몇 백 원이 더 붙는다.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행위에 가깝지만, 아무튼 하루에 천 원씩 쌓이는 숫자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다고도 볼 수 없다. 더불어 사업자 통장에 들어온 돈의 10%를 알아서 빼가는(현금을 입금하거나 타 은행에서 이체한 돈에 대해서도 얄짤 없이 빼 간다) 부가세 박스도 개설했다. 부가세 박스에 모인 돈은 분기별로 부가세 신고 후 남는 돈에 한에 적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 부가세 박스를 개설한 뒤 어쩐지 절세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 달 적금은 오늘까지 넣어 총 9,000원이 모였다. 만기가 되면 꺼내서 치킨 사 먹어야지. 부가세는 어차피 남 줄 돈이고, 한 달 적금은 그냥 이 통장에서 저 통장으로 돈을 (그것도 아주 소액) 옮기는 것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나는 다시 축적하는 인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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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일기를 마무리하는 사이 이번 달 첫 자사몰 주문이 들어왔고, 첫 번째 수험표 할인을 받으러 온 손님이 등장했다! 이게 바로 행복인가?!!!!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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