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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빛바다 Feb 27. 2024

천국에 다녀오다.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동생네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여행. 여행은 항상 설렌다. 물론 시작과 동시에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힘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떠나면 좋은 것이 여행이지 싶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그간의 회포를 푸느라 정신없이 떠들어 댄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휴게소에서 산 과자 한 봉지에 행복하고 뽑기 한 번에 기분이 하늘로 둥실 떠오른다.

먼저 먹은 과자 덕분에 가는 길에 먹으려고 사둔 김밥은 찬밥 신세가 되었다. 그래.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 나도 아니까 그걸로 됐지 싶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한 군데에 들러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명화들을 모아 놓은 곳. 어떨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미션 활동지를 받은 아이들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임무완수(?)를 위해 뛰어다녔다.


언제나 남기게 되는 뒷모습. 난 왠지 모르게 뒷모습이 마음에 더 남는다.


한 시간 남짓 아이들의 열정을 다한 활동지와 맞바꾼 사탕은 맛이 없었다. 하지만 함께 하고 있단 사실이 아이들을 달콤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갤러리를 나와 아이들이 기대해마지 않는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챙기느라 뒤따라 들어간 나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 애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

“ 응? ”

“ 여기가 천국이래. ”


이번 여행의 가장 옳은 선택이었을까? 흐린 날씨와 1박의 짧은 여행. 어디를 가서 무얼 할까 고민하다 전부터 한 번쯤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던 키즈펜션에 왔다.

여기저기 겉옷을 던져놓은 아이들은 뛰어다니기에

바빴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아이들의 늦은 점심을 챙겼다. 평소 잘 주지 않는 라면도 여행지에선 흔쾌히 허락되는 이유는 뭘까? 즐거움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아마 그것 때문이지 싶다.


아이들이 늦은 점심을 먹는 사이 서울에서 일을 하는 동생이 도착했다. 아이들을 끌어안고 행복해하는 동생. 그저 내게는 세 살 어린 동생이 아빠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문득 우리의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다.



손 붙잡고 그때로 돌아가자고 묻는다면 두 남자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숟가락을 놓자마자 아이들은 수영을 하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수영을 배우는 동생네 아이들은 스스럼이

없었고, 수영과 내외를 하는 우리 큰아이도 자기 나름의 물놀이를 즐겼다.


형님들은 물놀이 중. 꼬맹이는 밖에서 “나도, 나도. “를 외쳤다.



물놀이를 마친 아이들을 씻기는 사이 엄마께서는 저녁 준비를 하셨다. 일흔이 넘은 엄마께서는 아이들을 위한 나물 두 가지와 두부조림 그리고 계란말이까지 준비해 오셨다. 내가 가져간 연근조림은 그냥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어차피 아이들은 할머니표 반찬을 선택할 테니까.  

고기를 구워 할머니표 반찬과 함께 아이들 저녁을 먹이고 나서야 어른들을 위한 저녁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동생네 딸내미가 우리 집 꼬맹이를 잘 돌봐주는 덕분에 종종거리지 않고 저녁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술잔과 함께 그동안 쌓아두었던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오고 갔다.


행복한 시간. 


채 지나가지도 않은 이 시간이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아빠가 함께였다면, 오빠네도 같이 왔더라면 어땠을까? 복잡했겠지만 뒤 돌아봤을 때 아름다운 순간들이 더 많이 남지 않았을까?


함께라는 힘이 주는 선물.

그 선물이 오늘따라 더 감사했다.

잠들고 싶지 않은 아이들을 재우고 어른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길어졌다. 삶의 깊은 이야기들이 소리를 내었고 우리는 서로를 보듬었다.


타닥타닥, 쿵쿵쿵.

아이들은 어김없이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단히 된장국을 끓여 아침을 먹이고 짐 정리를 했다. 밖에 나가 놀겠다고 옷을 주섬주섬 입는 아이들. 아침이라 추울까 싶어 스카프를 매어주고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었다. 함께 나가겠다고 바둥대는 꼬맹이를 어르고 달래며 짐 정리를 마쳤다.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낚시 놀이를 하고 있었다.

기쁨을 낚는 중인 아이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공룡박물관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보니 이곳 박물관도 오르막을 한참이나 올라야 만날 수 있었다. 오르막을 오르는데 숨이 차는 엄마. 엄마의 걸음이 더 뒤처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디든 가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에 새겨졌다.

그러는 사이, 박물관 관람을 하기도 전에 기념품샵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돌려세워 조금은 찬 바람을 맞으며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3층으로 되어 있는 박물관. 여기서도 활동지 빈칸을 꼼꼼히 채워가는 아이들. 이젠 제법 컸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무언가 뭉클하기도 했다.

제법 진지한 아이들. 언제 이렇게 컷을까?


꼬맹이까지 한몫 거든 공룡퍼즐 맞추기. 시행착오 끝에 결국 완성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 건물로 이동했다. 미디어관에는 트릭아트 벽화들과 4D 체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경험하고 싶은 아이들. 나이 제한에 걸리는 꼬맹이는 사탕으로 잠시 시선을 돌리고, 형님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박물관 관람의 꽃. 기념품 샵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맘에 드는 걸 꼭 가져가야겠다는 의지로 불타는 아이들. 덕분에 할머니의 통장 잔고가 훅- 하고 줄어들었다.



큰아이가 데려온 삼엽충 화석. 진열장에 써 있던 ‘진품’ 이란 단어에 아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쌀쌀한 날씨 덕에 국물 음식이 생각났다. 이십 분 거리에 있는 칼국수 집에 들러 모두가 만족하는 점심 식사를 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였다.


이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큰 아이는 동생네 집에서 하루를 더 지내다 오기로 하고 우리는 조금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밤, 핸드폰 사진첩을 열고 벌써 추억이 되어버린 시간들을 하나씩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당시에 충분히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되살리는 사진들이 나를 다시 그 순간 속으로 데려다 놓았다.

남편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 핸드폰 사진첩 속에는 이만 장이 넘는 사진들이 있다. 그 순간을, 그때의 생각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내게 돌려주는, 어쩌면 나의 일부와도 같은 사진들을 난 자주 들춰본다. 그 속에는 그저 아름다운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다녀오고 나면 금세 또 가고 싶어지는 여행.  다녀오자마자 다시 가고 싶다는 나의 말에 “그려. “라고 말해주는 남편. 그의 말에 힘입어 다음번 목적지를 마음속에 살포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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