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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SYKOO Sep 14. 2020

우든 서프보드 아티스트 이동근을 만나다 I

파도 위를 달리는 '나무와 사람' 이야기, WAVEWOOD 이동근 대표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 interview]는 미술 작가, 배우, 영화감독, 음악감독, 프로그램 개발자, 스타트업 CEO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나보는 아치쿠의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아트디렉터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또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와 각자의 시선에서 본 '미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며 각자의 삶에서 '미술'이 혹은 '예술'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파도 위를 달리는 ‘나무와 사람’ 이야기

우든 서프보드 Wooden Surfboard

[웨이브우드 WAVEWOOD]

이동근 대표를 만나다 part I





WAVEWOOD(강원도 양양)의 이동근 대표








안녕하세요, 아트디렉터 아치쿠입니다.


이번 아치쿠가 만난 아트&피플에서는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서핑 포인트, 강원도 양양에서 나무로 제작된 서프보드를 제작하는 우든 서프보드 브랜드 “웨이브우드WAVEWOOD”의 이동근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아치쿠는 지난해 2019년 여름, 강원도 평창에서 감자꽃스튜디오(www.potatoflower.modoo.at)를 운영하시며 공연기획 및 여러 국내외 예술문화 프로젝트 고문을 맡고 계신 이선철 대표님을 통해 강원도 지역의 청년 예술 사업가들을 만나며 그분들의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 로컬 공간을 탐방하는 워크숍에 참여했었는데요,


이선철 대표(감자꽃스튜오, 강원도 평창)가 이끄는 2019 속초강릉양양 청년 예술 사업 답사


2019년 여름 감자꽃스튜디오 이선철 대표가 기획한 강원도 로컬 공간을 탐방하는 워크숍에 참여한 아치쿠

미술, 클래식 음악, 공연기획, 전시기획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칠성 조선소(강원도 속초), 위크 엔더스(강원도 강릉), 웨이브우드(강원도 양양) 등, 강원도 지역에서 감각적이고도 크리에이티브한 컬처 비즈니스를 운영하시는 분들을 찾아가 그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이 워크숍을 통해서 아치쿠는 강원도 양양 해변가 인근에서 우든 서프보드 Wooden surf board를 만드시는 [웨이브우드WAVEWOOD]의 이동근 대표님을 만날 수 있었죠.






이르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국내 액티비티 러버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서핑은 이제 강원도 양양을 중심으로 완전히 그만의 고유한 ’서프 컬쳐 surf culture’가 자리 잡았죠! :)




미국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해변 주변에 가 보면 서퍼들이 일궈놓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요, 가장 기본적으로 서핑을 위해 구비되어야 할 서프보드를 판매하는 샵뿐만 아니라 하와이안 셔츠처럼 화려한 패턴과 컬러가 인상적인 디자인의 패션용품, 즐거운 서핑을 즐긴 후 출출해진 서퍼들에게 먹기 간편하고도 든든한 푸드 & 다이닝 등 ‘서프 컬처’가 지역 사회 전반 분위기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한국에서 이런 이국적인 서프 컬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는 바로 ‘강원도 양양’! , 그중에서도 [인구항] 인근을 꼽을 수 있는데요, 서핑이 인기를 얻으면서 인구항 인근에도 이러한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서핑 그리고 서퍼들의 일상 자체가 하나의 컬처 코드가 되고,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여유롭고 건강한, 그리고 컬러풀한 서프 컬처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양양에서 ‘우든 서프보드 wooden surfboard’ 브랜드 [웨이브우드 WAVEWOOD]를 운영하고 계시는 ‘이동근 대표님’은 나무를 깎아 서퍼들을 위한 멋지고 자연친화적인 우든 서프보드를 제작하시는 마스터 master입니다.




바닷가에서 파도와 바람을 가로지르며 서핑을 직접 즐기지 않을 때에도 다른 방식으로 서핑 컬처를 즐기고 가까이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일을 하며 서핑 컬처, 서프 아트의 중요한 매개자이자, 새로운 서핑 문화 콘텐츠를 크레이팅 하는 웨이브우드 이동근 대표는 한국 서핑 문화의 중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아티스트, 인스트럭터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포지션을 자리매김하고 계시죠. :)



바람과, 파도를 가로지르며 파도 위를 달리는 나무와 사람 이야기를


우든 서프보드 아티스트 이동근 님을 통해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Shake Your Artsy Spirit!

art director, ARTSYKOO










파도 위를 달리는 '나무와 사람' 이야기,

WAVEWOOD 이동근 대표를 만나다




우든 서프보드 브랜드 [웨이브우드 WaveWood]의 이동근 대표(left), 작업 공방 앞에서





ARTSYKOO. 이동근 대표님께서 [웨이브우드 WAVEWOOD]를 론칭하여 현재의 ‘우든 서프보드 아티스트’라는 멋진 직함을 얻게 되기까지, 그 성장과정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LEE DONG GUEN(WAVEWOOD 대표). 저는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아이였습니다. 인사하는 것도 부끄러워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을 만들거나 그림 그리기, 음악 듣기, 악기 연주하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성적이었던 성격에 탈출구이자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어요. 하지만 한 가지를 특출 나게 잘했던 건 아니었고 이것저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목수이셨던 할아버지와 어린시절 이동근 대표

어린 시절부터 목수이신 친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죠. 그래서 할아버지 작업실에서 나무 톱밥에 뒹굴면서 공구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은 나지만 무엇을 만드는 건 아주 어릴 적 좋아했고, 이후에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중학생 시기엔 종로 세운상가에서 음향기기 판매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생일 선물로 주신 포터블 오디오와 함께 주신 몇 장에 CD 중 한 음반에 꽂혀 기타를 시작했어요. 비 내리던 추운 겨울이었는데 모은 돈이 부족해서 기타 케이스는 못 사고 기타만 맨손에 들고 지하철역 두정거장 거리를 걸어왔던 생각이 나네요.





고등학교 진학 때 미술이나 악기로 예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다’라는 어머니 말씀에 꿈을 접고 그 이후엔 취미로 생각하며 평범한 성장과정을 보내온 것 같아요. (언젠가 어머니께서 ‘그때 그냥 네가 원하던 대로 하게 둘걸..’이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납니다.) 그 이후엔 뭔가 특별히 좋아했던 것이 없었지만 역시나 저는 꾸준히 무언가 혼자 구상하고 만들어 내는 걸 좋아했고 꾸준히 해왔죠.


대학에서는 산업공학을 전공했는데, 체계화된 품질, 제조, 공정 등에 매력을 느꼈어요. 창의적인 것도 좋아했지만 뭔가 오차 없이 계획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일 또한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제품 품질 컨설턴트를 거쳐, 우연한 기회로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HRD 회사에 입사해서 교육 콘텐츠를 기획/론칭하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SNS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 업무의 감각적이고 트렌디하면서 디자인이 중시되는 콘텐츠를 기획하여 그것을 확산하고 만들어 내는 일이 정말 좋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 마케팅 에이전시에 입사 제안을 받고 기업의 전시/홍보, 신제품 론칭 등을 기획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선보이는 마케팅 업무 전반의 일을 경험했고, 일하는 내내 정말 즐거웠습니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돋보이도록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하고 만들어내는 일이었죠. 기본적으로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했고, 마인드도 유연해야 했으며, 실행력이나 기획력,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순발력과 상황 대처력. 그리고 기본적인 디자인 감각도 있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저의 다양한 업무 경험들 중 이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습득했던 '상황에 대한 유연성'이 지금 우든 서프보드 제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어요. 저는 보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늘 틀에 갇혀 있지 않으려 노력하고 비교적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든서프보드 브랜드 [웨이브우드 WAVEWOOD] 이동근 대표






하지만 항상 나만의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갈증은 있었던 것 같아요. 고객에 뒤에서 멋진 마케팅으로 고객을 빛나게 하는 일도 좋았지만 나만의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엔 거의 집에 붙어있지 않았었요. 뭔가 시간이 아까워서 영화나 전시를 본다던지, 혼자 여행을 간다던지…. 취미로 여기저기 목공방을 다니며 체험도 하고 지냈습니다. 사회생활에 하며 받는 스트레스도 해소도 하고 쉬는 것보다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제가 목공의 길을 선택할지 상상도 못 했었죠.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며 우연히 도착한 곳이 바로 '바다'였고, 바다에서의 '서핑'이었으며, 그렇게 강원도 양양에 터전을 옮기게 되죠. (정식으로 가구 디자인 교육을 이수 후 가구와 우든 서프보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회사생활에 지칠 무렵 다른 새로운 걸 찾아 헤매었는데, 결국 어린 시절 놀던 목수 할아버지의 작업실에 다시 오게 됐습니다. 정말 신기했어요. 이 곳에선 작업물을 통해 내 숨결과 손길, 온전히 나를 표현하는 결과물들을 만들어 냅니다. 이제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ARTSYKOO. 이동근 대표님의 바다와 관련한 특별한 추억이 있으시다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LEE DONG GUEN(WAVEWOOD 대표). 저는 사실 어릴 적 바다를 싫어했어요. 일종에 트라우마라고 해야 할까요? 한 번은 가족끼리 바다에 놀러 갔었는데 어머니께서 튜브를 끼고 놀던 저를 파도타기를 하자고 하시면서 제가 다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함께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작았던 저에겐 다리도 닿지 않고 파도도 세게 느껴져서 겁을 먹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 물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물을 좋아했는데…ㅎㅎ)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핑을 하고 나서부터 그 트라우마가 없어졌어요. (이젠 그 공포감이 기억 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바다를 좋아하죠.)


양양 인구항 해변가에 놓인 웨이브우드WAVEWOOD의 우든 서프보드들





처음으로 봤던 서핑을 하고 있는 바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주말 저녁까지 일을 하다가 사무실이 답답해서 어디라도 가서 일을 하자라는 생각에 무작정 고속도로를 타고 동해 쪽으로 향했습니다. 밤에 도착하여 바닷가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고 잠을 자고 일어나 창문 밖 바다를 봤는데 그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바다에 떠 있었었습니다. 무엇을 하나 자세히 보니 서핑을 하는 서퍼들이었어요. 멋지게 파도를 타는 아침에 그 바다의 풍경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펼쳐져요.






그 이후 서핑을 배우고, 일 없는 주말엔 강원도 양양에 와서 서핑을 하고, 지금은 양양에 살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양양으로 귀촌을 하고, 나무를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고, 서핑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자연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저의 라이프 스타일과 직업은 그 이전엔 상상도 못 해본 방식과 모습이 아니었나 싶어요.


바다와 산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나무를 손으로 다루고 그 편안한 자연의 촉감을 손으로 느끼며, 자연이 주는 파도로 서핑을 하면서 자연이 얼마나 우리 삶 전반에 좋은 것들을 주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왜 이것들을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지, 그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ARTSYKOO. 처음 서핑을 했던 순간이 생각나시나요? 파도는 치고, 미끄러운 서프보드에 올라가 두발로 서서 넘실대는 바닷물에, 파도에, 바람에, 중심을 잡기가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첫 서핑 날, 혹은 기억에 남는 서핑의 순간이 있다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웨이브우드의 우든서프보드가 있는 인구항 풍경. 뒤로는 열심히 서핑을 즐기고 있는 서퍼들의 모습이 보인다.



LEE DONG GUEN(WAVEWOOD 대표). 처음 서핑 강습을 받을 때, 서핑 체험에 대한 기대가 컸고 정말 신났었습니다. 이론 강습을 이수한 뒤 의기양양하게 서프보드를 안고서 바다로 나갔는데, 생각보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서프보드에서 일어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계시던 강사님께서 들어오는 파도에 맞추어 제 보드를 밀어주시는데 결국 일어서지 못하고 바다에 풍덩 빠져버렸죠. 그렇게 어려운 시도를 여러 번, 드디어 간신히 보드에서 균형을 잡고 일어서서 해변까지 타고 나가게 된 거죠.


사실 그 순간은 실제로 몇 초도 안됐을 거예요.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저와 보드와 파도가 하나의 리듬을 타고 한 몸이 된 듯 힘을 합쳐 바다를, 파도를 딛고 미끄러지는 그 짜릿한 경험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나만의 순간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엄청난 경험으로 남게 되었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어떤 특유의 짜릿함이 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서퍼들이 제가 경험했던 그 찰나의 순간의 쾌감에 사로잡혀 서핑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




양양 인구해변가 풍경









ARTSYKOO. 한국의 서핑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저는 비록 서핑을 즐기는 서퍼는 아니지만, 주변에 서핑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 친구들의 경우 대부분 2000년대 후반부터 이미 동남아시아 혹은 미국, 호주 등의 해변도시에서 서핑을 처음 경험하고는 서핑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친구들이 서핑에 열광하고, 휴가 때마다 좋은 파도를 찾아(심지어 예상 파도 스케줄까지 체크해가면서) 세계 곳곳으로 떠나던 모습들이 떠올라요.


이동근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국의 서핑 문화의 흐름, 그리고 그 중심에서 양양이라는 강원도의 알려지지 않았던 강원도 한 작은 어촌 마을은 가히 ‘바람’과 ‘파도’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제는 (서퍼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203040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서프 포인트가 되었죠. 동근 님께 양양의 서프 컬처가 자리 잡아가던 초기 시절의 양양 인구항 인근 모습과 현재 인구항 분위기/풍경을 비교해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LEE DONG GUEN(WAVEWOOD 대표). 한국의 서핑은 생각보다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서핑 1세대 분들께서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있는 서핑 포인트를 찾아내시고 그곳에 터전을 잡아 서핑을 알리기 시작하셨죠. 열정 하나로 지금에 서핑 문화를 이어온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제가 2014년도에 처음 서핑을 시작하고 서핑 포인트를 옮겨 몇 년 후 처음 왔던 강원도 양양에 인구해변에는 서핑 샵이 많지 않았어요. 오히려 인구해변 옆에 있는 죽도해변에 서핑 샵이 더 많았습니다. 서핑 후 식사할 곳도 그리 많지는 않았어요. 그게 불과 2~3년 전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서핑 붐이 일어나며 서핑 샵, 음식점, 편의시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관광객과 서퍼들에게 좋은 환경이 갖춰지면서 이전의 양양 일대의 모습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조용했던 마을에 활력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편의 시설이 늘어나게 되면서 생활이 편해지고,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서핑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문화는 사람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하는데 양양에 정착하게 된 사람이 많아지며 다양한 분야의 문화가 꽃피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정착한 분들 중엔 작가도 계시고, 요리사, 건축 설계사, 디자이너, 저 같은 목수도 있고요. 또한 양양의 서핑 문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많은 서퍼들이 찾아오며 양양 특유의 서핑 문화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내심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곤 합니다.





[How surfboards connect us to nature], Small Thing Big Idea, a TED series



(유일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서퍼들이 많아져서 이전처럼 여유 있게 파도를 못 탄다는 점을 들 수 있지만 그래도 이분들이 찾아오시면서 또 양양만의 새로운 문화가, 산업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또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 있죠.)


물론 서핑 붐 현상을 타고 유입된 분들이 아니더라도 이 곳에 캠핑 혹은 여행을 왔다가 해서 양양이 너무 맘에 들어서 터전을 이룬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예전보다 이곳 양양은 접근성이 좋아짐에 따라서 살기도 더 편리하고 윤택해졌죠. 한편으로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떤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이 양양의 사례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시에 인구 밀집 현상, 주거, 생활 수단, 그리고 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치거나 대안을 찾던 사람들에게 시기가 맞았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ARTSYKOO. 서핑이라는 스포츠는 서프보드에 위에 홀로 서서, 바람과 파도라는 우리가 절대 컨트롤할 수 없는 대자연의 숨결에 발맞춰 매 순간 변화하는 환경에서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어요.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풍파를 도망치듯 피하는 것이 아닌, 외려 정면으로 맞서고, 결국 그 풍파를 오롯이 즐긴다는 점에서 위기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이렇듯 서핑은 언뜻 보면 철저히 혼자인, 고독하고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 혹은 수련과도 같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사실 요즘 서퍼들을 보면 서퍼 클럽과 같이 일시적이긴 하나 커뮤니티 형태로 함께 서핑 레슨을 받고, 함께 바다로 가서 기초부터 연습하는 과정, 그리고 서핑을 즐긴 후 after surf party와 같이 해넘이 이후 어둑어둑해진 해변가를 아직 바닷물의 짠 기운이 남아 있는 그대로 거닐며 허기를 달래거나, 해변가의 풍경, 혹은 서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그런 ‘함께하는’ 문화 또한 있다고 생각해요.


이동근 대표님은 보통 혼자 조용히 서핑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시는지, 아니면 동료, 커뮤니티 사람들과 함께 서핑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하고, 각각의 이유가 있다면 어떤 각각의 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LEE DONG GUEN(WAVEWOOD 대표). 저는 보통 조용히 혼자 서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성격도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편이라 그런지 서핑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가끔 바다에서 아시는 분을 만나면 인사도 하고 파도도 양보하며 같이 타기도 할 때도 있고요.


간혹 오히려 서퍼들이 많이 있는 라인업보다 떨어져서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냥 서핑할 때에는 좋은 파도가 들어오는 구간에 서퍼들과 같이 있기도 하지만, 만든 우든 서프보드를 테스트하거나 제작할 때 궁금했던 부력, 밸런스 테스트할 때는 다른 서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좀 떨어져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보드로 서핑하는 서퍼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웨이브우드 작업실 풍경


서핑은 말씀하신 대로 항상 다르게 들어오는 파도를 내 서프보드와 내 몸의 밸런스를 잘 컨트롤하여 파도를 잡아 타는 운동입니다. 파도와 서프보드, 자신의 몸에 집중해서 자신만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ARTSYKOO. 스스로를 ‘목수’라는 직함으로 표현하시기도 하는데요, 저는 외려 웨이브우드 작업실에 방문했을 때, 마치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건축과’ 친구들의 작업실에 방문한 듯한 익숙하고도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졌던 것이 기억이 남아요. (사실 저는 모든 조형물은 ‘건축’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일례로 저는 과거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약 13년간 연주했고, 이후 미술이론(미술사)을 공부하면서 건축에서 미술 회화, 조각 등이 파생되었다는 이야기가 저의 마음을 사로잡아 어느 순간부터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하나의 울림이 좋은 성당 건축물과도 같은 건축 구조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


이동근 대표님께서 우드 보드를 설계하고, 그것의 모형을 그리거나, 작은 샘플 프로토 타입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하면 건축가들의 루틴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새로운 우드 보드 작업을 할 때의 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시고, 각 과정 중에서 이동근 대표께서 우드 보드 제작과정에서 아주 신중하게 집중해야 하는 작업 과정이 있다면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해당 과정이 실제로 서핑을 하게 될 때, 서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LEE DONG GUEN(WAVEWOOD 대표). 목수라는 직함은 일반적으로 제가 하는 일을 봤을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쓰는 직함인데 주로 공방장이나 대표님이라고 많이 부르세요. 하하.


가구를 만들 땐 가구 작가이고, 우든 서프보드를 만들 때는 우든 서프보드 빌더가 됩니다. 말씀하신 친구들의 작업실처럼 제 작업실도 가구나 우든 서프보드를 만드는 공방이자 제 일터이기도 하고 동시에 제 놀이터이기도 해요. 제가 생각하고 구상했던 결과물들이 모인 자리이기도 하고요.


웨이브우드 작업실 내 풍경


그중 우든 서프보드에 제작 과정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먼저 제작할 서프보드의 스펙(크기, 쉐입 등)을 정하고 설계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얻어진 도면으로 뼈대를 제작하고 보드의 아랫판(Bottom)과 붙입니다.





그리고 긴 나무를 사용해 측면 레일을 쌓아 올리고 보드의 윗판(Deck)을 붙입니다. 그 후 보드의 모양을 잡아주는 쉐이핑을 시작합니다. 쉐이핑 이후 표면 마감 후 방수와 강도를 주기 위해 표면을 에폭시 레진으로 코팅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하나의 우든 서프보드가 제작됩니다.




작업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작업 전 보드에 이미지를 그리고 설계하는 과정에 가장 신중을 기하는 편입니다.  일반 서프보드와 달리 제가 사용하는 할로우 우든 서프보드의 제작 방식은 설계에서 이미 90%의 스펙이 정해지고 그대로 반영됩니다. 작업에 용이성도 반영되므로 그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가구 제작할 때에도 마찬가지고요.
 

 













ARTSYKOO. 나무라는 자연 매체를 선택하여 서프보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한 서적에서 하와이안들이 나무로 서프보드를 만들었다는 내용에 영향을 받아서 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만큼 사실 하와이라는 ‘섬’ 형태의 지형, 그리고 해당 자연환경에서 자라나는 나무들이 다른 지형/지역에서 자라나는 나무들보다 물에 뜨고, 견고함이 뛰어났다던지 하는 특별함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재 우드 서프보드에 사용하시는 ‘오동나무’라는 것은 사실 한국의 전통 악기 제작에도 많이 사용되는 친환경적이자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도 접점을 이루는 특별한 나무 종류이기도 하죠. (바이올린의 경우 단풍나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오동나무라는 나무의 매력, 특징, 그리고 그것이 동근 님께서 우드 서프보드라는 조각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에 어떠한 영향 관계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WAVEWOOD





LEE DONG GUEN(WAVEWOOD대표). 처음에는 폼을 깎아가며 제작하는 서프보드를 만들려고 했어요. 목공과 연결해 보자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당시엔 서프보드를 만드는 분을 찾기도 어려웠죠. 그러다 제주도, 포항 지역에 서프보드를 제작하고 있는 쉐이퍼를 수소문해서 찾아가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서프보드에 대해 알아보던 차에 우연히 '우든 서프보드 woodend surfboard'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어요.



Hawaiian Jimmy 'Uluboi' Napeahi, Film: Free Surf Mag x Tyler Rock




서핑을 좋아했지만 저도 나무로 만드는 서프보드가 있는지 몰랐거든요. 그러면서 자연히 좋아하던 목공과 연결이 되었고, 화학 소재로 만드는 서프보드가 아닌 좀 더 친환경적인 서프보드를 만든다는 것이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서핑 정신에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우든 서프보드를 만드는 방법을 찾고 아는 목공방의에 도움을 받아 첫 우든 서프보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지금 같은 스티로폼 재료가 있지 않았겠죠. 그래서 주변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나무로 보드를 만들어 서핑을 즐겼다고 합니다. 주로 코아 나무나 발사나무를 썼다고 합니다. 이 두 나무는 일반 나무에 비해 가벼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요, 제가 한국에서 우든 서프보드를 만들려고 발사나무를 알아봤지만 긴 서프보드를 만들 만한 길이의 나무는 시중에 있지 않았아요. 비싸기도 했고요. 그래서 외국 자료를 찾아보니 '오동나무'도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한국에 필요한 길이에 나무가 있었습니다.

오동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가공성도 좋아 옛날 가구 제작에도 많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오동나무 (이미지 출처-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Paulownia_tomentosa)


보통 '하드우드 hard wood'라는 단단한 성질에 나무로 가구를 많이 제작하는데 오동나무는 그에 비해 많이 무른 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유연하여 곡선이 많은 서프보드의 형태를 만들기 적합하죠. 그리고 나뭇결도 잘 나타나서 완성된 서프보드를 보면 타지 않고 벽에 걸어두고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미적인 면과 사용성을 다 갖춘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동나무 Paulownia coreana Uyeki오동나무 목재는 재질이 가볍고 무늬가 좋으며 내습성이 높다. 심재와 변재의 구분이 명확치 않으며 나이테는 뚜렷하고 색은 엷은 홍백 색이다. 국산재에서 가장 가벼우며 절삭 가공성과 도장성은 보통이고 접착성은 양호하다. 참오동나무 목재 또한 오동나무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 오동나무는 비중이 0.27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벼운 나무로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세포벽이 매우 얇고 공간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으로 울림이 풍부하고 음향을 교환하는 능력이 다른 나무에 비해 높다. 따라서 악기재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춘 나무로 가야금, 장구에 많이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고급 가구재, 포장재, 악기재 등으로 가치가 높다. (출처 http://www.imwood.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056​​)














ARTSYKOO. 기존의 서프보드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과 같은 매체로 만들어져 가볍고, 물 위에 잘 뜨기 때문에 사실 동근 님께서 제작하시는 우드 보드보다 보드 바디 그 자체에 심혈을 쏟는 과정보다는 보드 표면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서퍼들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데요,



저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는 동근 님의 우드 서프보드 제작 영상을 보기 전까지, 단순히 서프보드의 화려한 표면 장식(기하학무늬나, 화려한 컬러, 패턴, 등)에만 제 관심이 쏠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아무런 컬러를 장식하지 않더라도, 동근 님의 우드 서프보드는 그 자체로서, 오동나무를 한결 한결 깎고 재단해서 보드 곳곳에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마치 하나의 조각 예술 작품과 같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외려 화려한 커버 장식보다는 있는 그대로 나무의 우드 보드가 그만의 특별한 매력과 정성이 쏟아진 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혹시 동근 님께 서프보드를 구매하시는 분들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이렇게 우드 보드에 아무 장식 없이 나무 보드 그 순수한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보통 소비자분들에게 종종 일어나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목재에 인두로 장식하는 방법과 같이 목재 표면 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드로잉과 같은 효과로 장식을 하는 방식도 많이 작업하시는지요?





LEE DONG GUEN(WAVEWOOD 대표). 네. 우든 서프보드에 관심이 있어 구매를 하시거나 직접 배워서 만들어 가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나무라는 재료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우든 서프보드를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나무 결과 나무의 옹이. 그리고 나무가 주는 따뜻한 정서적인 부분까지, 인위적이지 않고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은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죠. 유광보다는 나무의 느낌을 돋보이게 하는 '무광'을 더 선호합니다.




가끔 나무의 느낌을 유지하며 디자인을 얻는 방법도 사용합니다. 라인 드로잉이라던지 다른 컬러의 나무(적삼목 등)로 패턴을 넣기도 합니다. 최근엔 동양적인 요소를 넣고 싶어 붓터치의 느낌이 살아있는 캘리그래피도 구상 중입니다.



























*본 인터뷰 [파도 위를 달리는 '나무와 사람' 이야기, WoodWave 이동근 대표를 만나다] 는part II로 이어집니다.:) ARTSY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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