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비오는 날이 참 좋더라
시간이 지나는 것조차 잊고서
젖어드는 거리 위에 비스듬히
비쳐 보이는 불빛들이 참 좋았어
그래서일까, 여기 사람들은
우산을 쓰는 것조차 잊은 것 같아.
멈춰 있었던 것만 같았던 도시,
곳곳에 비를 피하려는 사람으로 가득해지면
비로소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려온다.
온 도시를 가득 채우듯 소리를 내어본다.
촉촉히 젖은 거리 위로 밀려오는 추억들은
흘려보낸 시간들을 가득 품은 채로
내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 축축함은 늘 나를 불쾌하게 했었지.
그런데 말야, 오늘 만큼은 이 느낌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지 뭐야.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지도 않은 채
너를 허무하게 떠나보냈었지만
어째선지 언제 비가 올지 몰라 우산을 들고 나가듯이
나는 오늘도 가방 옆 작은 주머니에 우산을 넣어둔다.
비 오는 날도 네가 돌아오는 날도
결국은 몇자리 숫자의 확률 계산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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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수
가볍게 비가 내리던 날에
중동공과대학교에서
18년 1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