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천 Sep 16. 2021

김선생의 피자 파티

“피자 왔다!”     


운동장에 들어서는 피자집 차를 보고 누군가 소리치자 다른 아이들도 함성을 질렀다.    

 

“와~~~”     


수북이 쌓은 피자 박스를 든 아저씨가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또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모처럼 대량주문을 받아 기분이 좋은 동네의 작은 피자가게 아저씨는 덤으로 한 판을 더 가져왔다. 종례를 마치고 나가던 다른 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 복도 창에 매달렸다.    

  

“좋겠다~~~”  

   

침을 꿀꺽 삼키는 아이, 친구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 한 입만 남겨 달라며 연신 신호를 보내는 아이 등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창문에 붙어있는 아이들을 보고 김선생은 민망하고 미안했다. 하지만 한정된 학급예산에 김선생의 사비를 보태어 사는 것이고, 지난 번에 약속한 대로 반 전체 성적이 올라 사주는 것이니 다른 반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인심을 쓸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반 아이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피자 조각을 받아들었다. 

    

김선생이 새로 발령받은 중학교가 위치한 곳은 서울 변두리에 있는 가난한 동네다. 결손가정이 많아서인지 결석, 지각은 흔한 일이고 가출 사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거의 매일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져 주말이면 으레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다. 김선생의 학교가 관내 학력평가에서 늘 꼴찌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김선생이 맡은 반은 학년에서 꼴찌였다. 김선생은 성적으로 아이들을 닦달하는 교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들 성적이 나오면 속상했다.     


나쁜 아이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순진하고 착한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공부 습관이 잡혀 있지 않은 아이들은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방과후 수업에서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 듣기는 하지만 막상 확인해보면 아는 게 없었다.     


김선생은 작은 것부터 하기로 했다. 아침 자습시간에는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고 종례 때 확인해서 다 맞은 아이에게는 사탕을 주었다. 사탕 몇 개를 받기 위해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사탕이 효과를 보이자 김선생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말시험에서 몇 점 이상 오른 아이는 뷔페에 데리고 가서 밥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상으로 공부를 유도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부모와 함께 그런 식당에 갈 일이 거의 없는 아이들이니 이런 기회에 데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기말에 뷔페에 갈 자격을 얻은 아이들이 몇몇 생기자 학급 분위기가 조금 더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기는 하지만 그 보상이 몇몇 아이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마음에 걸린 김선생은 다음 시험에서 학급 평균이 얼마 이상 오르면 반 전체에 피자를 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풍경이 생겨났다. 그 결과 피자 파티가 열리게 된 것이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피자를 먹는 아이들 중 한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두 쪽씩 배당된 피자 중 한 쪽을 냅킨에 싸고 있었다. 김선생이 아이에게 물었다.      


“그걸 왜 싸고 있니?”

“동생 주려고요.”     


김선생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 동생이 좋아하겠구나.”     


파티가 끝나고 김선생은 그 아이를 따로 불러, 피자집 아저씨가 덤으로 가져온 피자 중 두 조각을 봉지에 담아주었다. 아이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피자가 든 봉지를 소중히 가방에 넣었다.

작가의 이전글 김선생과 초콜릿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