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영무 변호사입니다.
여러 언론이나 SNS를 통해 규제에 관한 대표적인 케이스들(예컨대 우버, 에어비앤비, 쿠팡, 헤이딜러 등)을 자주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모델 규제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직접 창업을 하여 신종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낸 입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동안 저는 변호사로서 다양한 O2O 규제 업무를 맡아 진행하였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청와대 미래전략기획실 주최 O2O 간담회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국무조정실 신산업투자위원회 신서비스(O2O) 분과 위원으로서 규제개선 안건들을 심의했습니다. 온라인 중고차중개 관련 국토교통부의 법령 개정 작업에 참여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스타트업 법제도 자문단 자문위원을 맡았습니다.
서두를 다소 길게 얘기한 이유는 제 브런치 첫 글의 주제로 'O2O 비즈니스와 규제개선'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통해 그동안 많은 케이스들의 자문 및 심의를 하며 느꼈던 바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비즈니스가 규제와 부딪혀 개선의 필요성을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어떠한 시선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여론과 정부를 설득시켜야 할까요.
첫째, 규제는 불가피한 존재란 사실을 인식합니다.
정부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균형과 조화를 위하여 관리자, 감독자, 나아가 조력자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일정한 룰(rule), 즉 규제가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규제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듯, 반대로 하루아침에 바꾸거나 없앨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어쨌든 규제 자체는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 아니냐고 반문(反問)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규제는 모두 나쁜 것이다", "정부는 그냥 지켜만 봐라", 심지어 "한국에선 규제 때문에 창업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의외로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하는 주장은 꽤나 과격하여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해외라고 해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독일 베를린 시는 숙박공유를 금지하고 주택을 2개월 미만 임대하면 최대 10만 유로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최근 시행했는데요. 지난 6월 베를린지방행정법원은 이 법안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의회는 6월에 이른바 '에어비앤비 법'을 통과시켜 임대 기간을 연간 90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영업세(business tax)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규제개선의 주장은 그 존재 자체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각 내용의 적절성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규제가 ① 기술·문화의 변화에 뒤쳐져 신산업의 등장을 막고 있는지, ② 과도하게 설정되어 오히려 산업 발전을 어렵게 하는지, ③ 특정 집단에게 더 유리하여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지 등이 있습니다.
둘째, 자신의 비즈니스를 피해자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착안한 비즈니스가 규제와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다면 누구나 괴로운 마음일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영역의 기존 사업자들은 신종 사업을 경계하여 비난하기도 하겠지요. 이 때문에 스스로를 마치 피해자처럼 여기고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케이스를 종종 보게 됩니다.
피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화되면, 다소 감정적인 주장까지도 쏟아져 나옵니다. "저 규제가 내 사업을 막고 있다", "규제는 기득권을 보호하려고만 한다", "정부는 나서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면서,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하소연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규제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업가로서 냉정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물론 정부나 국회가 규제개선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도록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특정 비즈니스의 등장을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은 그리 즉각적일 수 없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신종 비즈니스모델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고, 기존 사업자들을 설득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등의 적지 않은 과정이 필요할 테니까요.
무엇보다 각 규제는 신산업을 제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보기술을 활용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O2O 비즈니스를 예상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기존 사업자들도 규제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고, 즉 일정한 대가를 치르고 시장에 진입한 사람들입니다. 규제가 기득권을 지키고 나의 사업을 차단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셋째, 이기심을 감추고 당위를 강조해야 합니다.
규제에 따라 형성된 기존 이해관계는 무시하고 곧장 누구를 위하여 메스를 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나의 비즈니스가 이렇게 훌륭하므로,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규제개선의 논거로 삼는 자료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나에게만 특혜를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렇게 자칫 제도의 변화에 따른 과실(果實)이 오직 나의 것이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노출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규제개선은 주장하는 개인, 회사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니즈(needs)를 위한 당위성이 있음을 드러내야 합니다. 당위(當爲)란 사전적으로 '마땅히 해야 하거나 되어야 할 것'을 뜻합니다.
특정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와는 달리 '규제'는 일반적·추상적인 주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따라서 회사 PR은 잠시 접어두고 보편적인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논거를 찾아야 하겠지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뉘앙스나 관점의 작은 차이에도 설득력이 달라질 것입니다.
넷째, 기존 업자들과 적대적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다수의 케이스에서는 현행 규제의 기준·요건에 따라 자리를 잡고 있는 기존 업자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규제의 적용을 회피하면서도 유사한 영업을 하려는 O2O 비즈니스 업자들과 부딪히게 될 텐데요. 우리는 기존 택시사업자와 우버가, 택배사업자와 쿠팡이, 중고차매매업자와 헤이딜러가 서로를 상대로 격렬히 대립했던 사례들을 알고 있습니다.
O2O 비즈니스 업자는 "기존 업자들은 옛 기득권 세력일 뿐이고, 어차피 나와 경쟁할 일은 없을 거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기존 업자들과의 갈등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적대적 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규제개선을 통해 신종 비즈니스모델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기존 비즈니스와 O2O 비즈니스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충분한 자본과 경험, 인적 네트워크를 지닌 기존 업자들도 오히려 유리한 입장에서 신산업에 뛰어들 수 있겠지요.
그 결과 O2O 비즈니스 업자에게 큰 위협이 됨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배제된 채 규제개선의 과실을 모두 넘겨주는 최악의 상황도 가져오게 됩니다. 또한 기존 업자들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하면 규제개선조차 어렵지 않았을까요. 따라서 기존 업자들과 적절히 협력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신종 비즈니스모델이 O2O 플랫폼의 형태로 진입할 수 있는 오프라인 영역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각 영역에서의 소비자 수요나 이해관계의 존재, 현행 법령의 모습 등에 따라 케이스-바이-케이스(case by case)로 규제개선 가부를 검토하는 것이 맞겠지요.
다만 오늘 글은 제가 그동안 O2O 비즈니스와 규제개선 케이스들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일반론'을 만들어 발전시킨 결과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앞서 나열한 네 가지 관점을 염두하면서 규제개선 전략을 만들어 실행한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