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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werty yui Jan 11. 2018

요론지마-2

혹은 요론토, 요론섬

2017.6.8. 목요일

한두 시간쯤 잤다. 요론토로 가는 배는 7시에 있었다. 아직 두 시간 정도 남았다. 게하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음료수를 샀다. 편의점 직원이 뭐라고 뭐라고 해서

ㅡ오네가이시마스

라고 가자 도시락을 데워줬다. 게하 앞에 있는 담배 피우는 의자에 앉았다. 도시락을 까자 하얀색 고양이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고양이와 도시락을 나눠먹었다. 새벽 다섯 시.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택시가 많이 돌아다녔다.

ㅡ보꾸와 요론토 이키마스

라고 했다. 택시기사가 뭐라고 했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5분 정도 걸려 나하항에 도착했다. 기본요금이 나왔다.


나하항 입구는 잠겨있었다. 시간이 되자 문이 열렸고, 하나둘 사람들이 들어왔다. 요론토가는 배는 2600엔이었다. 침상에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밖으로 나와 티비를 보았다. 뉴스가 나왔는데, 일본 앵커가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론토에 도착할 때쯤엔 우리나라 사극이 자막과 함께 티비에 나왔다.


도착. 5시간쯤 걸렸다. 다른 사람들은 마중 나온 게하 봉고차에 올라탔다. 나는 예약을 하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뜨거웠다. 긴팔을 가져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선크림을 챙겼어야 했다. 목적지는 전날 알아본 카이 게스트하우스. 어찌어찌해서 꾸역꾸역 시내까지 왔다. 게하엔 아무도 없었다. 게하 근처 물고기 파는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카이 게스트 하우스에 그냥 들어가도 된다고 하는 것 같았다. 문이 열려있길래 짐을 놓고 나왔다.


게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게하 주인이 한다는 우미카페를 찾아가기로 했다. 게하를 나와 왼쪽으로 크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태양이 너무 뜨거웠다. 초등학교를 지나 계속 걸었다. 길을 잃은 것 같았다. 카이게하에 있던 약도를 보고 나온 건데.. 길을 잃었다. 도로 옆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근처 벤치에 앉았다. 팔이 빨갛게 익었다.


한참을 멍 때리고 있는데 내가 앉은 벤치 앞 공터로 자동차 한 대가 들어왔다. 자동차에서 여자가 내렸다. 나는 가방에서 한일단어 책을 찾았다.

길을 잃었다=미찌니 마욧다

여자는 벤치 옆 선반에서 채소 같은걸 뒤적이고 있었다. 나는 불쌍한 표정으로

ㅡ아노.. 스미마셍. 우미카페와 도꼬데스까?

여자는 뭐라고 말했고.. 나는 울먹이는 시늉을 하며

ㅡ미찌니 마욧다 ㅜㅜ

라고 했다. 여자는 나를 태워서 우미카페로 데려다줬다.

카페는 문이 닫혀있었다. 우미카페 주인이자 카이게하 사장인 사람에게 전화를 했고, 곧 어디선가에서 나타났다.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나도 한마디 끼어들고 싶어서

그녀를 가리키며

ㅡ고찌와 보꾸노 카미사마 데스

라고 말했다. 둘은 웃었다.

카이게하 주인인 아유바상은 우미카페를 보여주고 게하를 설명해 줬다.

1박에 2천엔. 10박에 1800엔. 한 달 머무르면 1500엔이라고 했다.나는 18000엔을 냈다. 조금 전 자동차를 태워준 여자의 이름을 물어봤다. 히로미상. 이라고 했다. 우미카페에서 카이게하로 내려오는 길에 누굴 만났다. 노부유키 사토라는 사람인데 아유바상과 친한 것 같았다. 노부유키상은 내게 어떻게 여길 오게 됐냐고 물었다. 나는

ㅡ아.. 메가네 데스

라고 말했다. 그들은 음 얏빠리 무비까 어쩌구 라고 했다. 실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일본어로 설명할 수 없었다. 노부유키는 나를 어디로 데려다주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ㅡ아..다이죠부데스..조또..아이 니드 레스트.. 아임 타이얼드

라고 씨부리자. 오 소데스까 하며 명함을 줬다. 자기 얼굴 케리커쳐가 박힌 명함에는 영어로 요론초 타운 오피스. 제너럴 어페이즈&플래닝 섹션..이라고 직함이 길게 쓰여 있었다.


눈을 붙이고 일어나자 밤이 되었다. 편의점에서 빵과 주먹밥, 음료수를 사 먹었다. 게하에는 나 이외에 미국인지 네덜란드인인지 하는 남자 1명과, 일본인 여자 1명이 이었다. 남자는 내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핸드폰으로 영화를 좀 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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