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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땀쏨땀 애슐리 Nov 06. 2019

족자카르타, 사진에 목숨 걸기

인생샷 건지고 싶다면 족자로

"안돼, 더 가지 마. 가지 마!! 더 가면 나 사진 안 찍어줄 거야, 진짜야!!"


깎아지른 듯한 절벽 끝에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배 하나. 허공으로 뻗어있는 이 배의 가운데가 뎅강 잘린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배 끝에 걸터앉아야 더 스펙터클한 사진이 나올 텐데' 하는 욕심이 든다. 그래서 겁이 나면서도 내 발은 점점 더 배 끝을 향하는데...


찍사 노릇을 하는 남편이 영 협조를 안 해준다. 배 끝 쪽에 내 몸무게를 실으면 배가 못 버텨 줄 것 같은지, 더 이상의 위험한 행동은 절대 안 된다고 사진으로 위협하는 간 작은 내 남자.


자세히 보면 사다리가 배 끝 부분의 하중을 지탱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올라서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Jurang Tembelan.

족자카르타는 어딜 가나 포토스팟이 넘쳐났다. 내가 처음 족자카르타를 가려고 마음먹은 이유도 바로 손 모양의 포토스팟, '후탄 피누스 펭게르(Hutan Pinus Pengger)'였으니 말 다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셀피 사랑은 유별나다고 한다. 여타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도 SNS 활용이 활발한 나라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비단 족자가 아니더라도 발리나 반둥 등 유명 관광지에선 셀피를 위한 스팟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날 족자카르타로 이끌었던 Hutan Pinus Pengger.  조형물도 조형물이지만, 맞은편 산의 계단식 논을 보는 것도 멋졌다. 우기였다면 논에 물이 들어차 반짝거렸을 것이다.

족자카르타에선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에 조형물을 설치해 놓고 소액의 입장료를 받는 테마파크가 여럿 있었다. 처음엔 사진을 찍기 위해 시간을 빼서 교외로 나간다는 것이 너무 과한가도 싶었는데, 정작 다녀와보니 사진도 사진이지만 삼림욕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소나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아담하고 구불구불한 모습이 아니라 전나무처럼 쭉쭉 뻗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기가 많은 조형물에는 간혹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기는 하지만(손 모양 펭게르가 그랬다), 대체로 현지인들이 소풍을 나와 돗자리를 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러 오는 듯했다.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한참 동안 바람에 나뭇잎이 새살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쭉 뻗은 소나무숲, 피톤치드 뿜뿜. Hutan Pinus Asri, Puncak Becici.

여행을 다녀오면 추억도 쌓이지만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다 싶을 때가 많은데, 족자카르타 여행은 사진이 정말로 많이 남는다. 그래서 SNS를 활발히 하는 여행자들에겐 꼭 추천하고 싶다.


여행 팁) 내가 다녀온 곳들은 시내 중심가에서 막히지 않아도 1시간 이상 걸리는 외곽에 있다. 각각의 포토스팟은 같은 산, 멀지 않은 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차를 렌트해서 둘러보면 편리하다. 여행사를 통해서 운전기사를 포함한 차량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미리 예약을 하면 일정에 유동성이 없어지니 즉석에서 그랩(Grab) 내 렌트 기능을 이용했다. 정한 시간만큼 차량을 빌릴 수 있는데, 8시간에 440K, 우리 돈으로 3만7000원 정도라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 숙소를 옮기는 날 짐을 차에 싣고 관광을 한 뒤 새 호텔로 체크인하거나, 여행 마지막 날 체크아웃 후 여러 곳을 묶어 둘러본 뒤 공항 가는 길까지 이용하면 활용도가 더욱 높아진다.

족자의 카페 클라쓰. 뷰가 좋은 곳에 저렇게 달 모양의 포토스팟을 만들어 놨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햇빛에 달궈진 철 사다리에 델 것 같아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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