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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땀쏨땀 애슐리 Nov 04. 2019

기상 시간은 4시 반, 예외는 없어

모스크의 기도 소리로 깨는 여행

으알라허우라알라흘라알라~~~##@@$$


"히익 이게 무슨 소리야!!"


아직 밤이 까맸다. 밖에서 들려오는 요상한 소리에 혼비백산해서 잠을 깬 뒤 손으로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았다. 새벽 4시 반 밖에 안 됐다. 호텔 근처 모스크에서 확성기에 대고 알라를 외치는 소리다. 그래, 여기는 이슬람 문화권이지. 아직 동이 트지 않았으니까, 휴가를 왔으니까 늦잠을 좀 자볼까 해서 다시 베개를 고쳐 베고 누웠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가슴은 어찌나 두근거리는지, 심장아 나대지 마라...


하늘이 이 정도로 물들면 들렸다. 기도 소리가.

끊겼다가도 다시 반복하고, 이제는 끝인가 싶었는데 또 시작되는 저 기도 소리가 생경했다. 아니, 낯설다 못해 약간의 공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난 영화 '호텔 뭄바이'를 봤다.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일어난 이슬람 강경세력들이 벌인 테러를 다룬 영화였다. 영화에서 밖의 기도와 비슷한 소리가 들렸단 말이다. 갑자기 잠에서 깬 데다 몽환적 음률에 영화의 배경음악과 창밖의 소리가 뒤섞이곤 했다. 그렇게 첫날엔 잠을 설쳤다.


무슬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여행기를 쓰면서 질문하는 것이니, 당연히 인도네시아다. 흔히 '이슬람 문화권'을 떠올릴 때 중동의 사막이 연상되며 아랍 어드메가 아닐까 싶지만 말이다. 중동의 개별 국가는 인구수가 많지 않지만,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다. 4년 전 발리를 여행했을 땐 체감하지 못했던 이 사실이(발리섬의 주민 중 힌두교도가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족자카르타에서는 순간순간 '아차' 싶다.

성공적인 셀피를 남기기 위해 오래도록 이 곳을 떠나지 않았던 현지인 커플. 여성분이 쓴 히잡이 눈에 띈다.

길에서 만난 현지 여인들의 히잡에서 그랬고, 돼지고기와 술을 접하기가 어려울 때 그랬고, 어딜 가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들리는 모스크의 기도 소리가 그랬다. 이전에 말레이시아에도 두 번 다녀온 적이 있고, 출장 차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에도 가 봤지만 이렇게 기도 소리의 존재감이 뿜뿜한 곳은 처음이었다. 여행 초반 묵었던 작은 호텔엔 마사지샵이 있었는데, 메뉴에 써 있는 안내문이 귀여워 '풋' 웃은 기억이 난다. "오후 4시쯤이 되면 근처 모스크에서 기도 소리가 들려 놀라실 수 있어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니, 양해해 주세요." 마사지받다 노곤 노곤해져 잠들었다가, 나처럼 혼비백산해서 깬 손님들이 있었나 보다.

네 시 반에 일어나라는 게 신의 뜻이라면...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이 곳에서 마무리 스트레칭을 했다. 기도 소리는 마치 명상음악처럼 느껴졌다.


첫날 아침 나를 식겁하게 했던 기도 소리는 여행 중반을 넘어가자 익숙해졌고, 지금에 와서는 그립기까지 하다. 노을빛으로 하늘에 불이 날 때 즈음 들렸던 그 소리, 야자수와 온갖 열대식물들로 채워진 호텔 선베드에서 멍 때리다가도 어김없이 귓전에 맴돌았던 그 소리.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쉼'이라는 키워드에 충실했던 족자 여행에서 그 소리는 일종의 명상음악처럼 작용했다. 시각적 자극, 미각적 자극이 강한 여행지를 꼽자면 지금 바로 언급하라고 해도 십수 곳이 떠오른다. 그런데 청각적 자극이라면? 나에겐 당분간 족자카르타를 넘어설 곳이 없을 것 같다. 그토록 이국적인 청각의 충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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