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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와 달 Nov 09. 2018

너를 만나는 일

송과 나는 만나는 게 즐거워 춤을 췄다. 


하늘을 날고 산을 넘어 도착한 페루지아에서 

우리는 만나자마자 몸을 흔들었다. 


외로움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섬을 만난 느낌. 


우리는 초콜렛을 많이 먹었고 젤라또를 신나게 골라먹었다. 

어떤 숲길에서는 뛰고 달렸고 

광장에 앉아 조용히 주변의 소리를 들었다. 


수업을 들으러 먼저 나간 그녀는 나에게 손수 그린 지도를 주었고

늦게 눈을 뜬 나는 동굴 속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페루지아를 걸어  

보슬비를 맞으며 그녀를 찾아갔다. 


오래됨과 낡음의 독틈함이 있는 그곳에서 그녀는 많이도 외로웠다. 

어딘가에 톡하고 떨어져서 

기존의 것과 툭 작별하게 된 시간에

누구에게 새로이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물 앞에 같이 앉아 태양이 떨어트리는 빛의 구슬들을 가만히 보았고 

짜파게티를 먹으며 행복해서 박수를 쳤다. 


나에게는 어떤 사람보다 편안하고 소중한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녀는 내가 솔직해도 된다고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녀에게 끝내 솔직하지 못했다. 


시간이 두터워지면서 

어떤 상처는 덮이는 게 아니라

더욱 패이기도 한다. 


그녀가 외롭고 괴로울 때 

내가 그녀에게 바다에 같이 가자고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그녀에게 같이 가만히 노래나 들으며 누워있자고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만날 때도 있었지만

정작 함께 있을 수도 있었던 시절에는 

나는 그녀를 너무나 가까이 보아 

적절한 거리에서 보듬어주지 못했다. 


너무나 편안한 것은

정말 소중한 것과 다르다. 


그녀와 함께 즐겁고

그녀와 함께 울고 싶다. 


그녀의 손이 좋다. 무언가를 쓰고 그리는 그녀의 손이 좋다. 

그것은 아픈 나를 보듬어주기도 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나는 그녀에게 

함께 바다를 보러 가자고 하고 싶다. 


오래된 마을 PERUGIA, 이곳 골목에서는 낡음의 미학도, 낡음의 추함도 모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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