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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와 달 Nov 09. 2018

4. 섬에서 섬, 바다에서 바다

월요일은 이곳의 개헌절이었다.


우리는 섬에 놀러갔다.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가 몸을 맡기고. 


해변에는 발라당 누워도 되고

쿠바 리브레를 마시고, 


바람을 휘감으며 바차타를 추고 

온몸은 물에 흠뻑 젖어도 되었다.


섬으로의 여정에서 처음 만난 새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Claudia"라는 이름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담겨있었다. 


토끼 같이 생긴 소녀는 나에게 젤리 같은 장난감을 보여주었다. 

그물망 안에 색색의 젤리구슬들이 들어있어 조물딱 조물딱 만지는 동그란 구. 

그 속에서 그녀는 파란색 구슬을 건네주었다. 


"내가 파란색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어?"


"저도 좋아하거든요,"


우리는 바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웃었는데

그 모든 순간 우리의 마음은 

과하게 치장하지도 않았고 

시리게 벗지도 않았다. 


내가 이 섬에 처음 왔을 때 호세 할아버지는 

당신과 함께 음악을 가만히 듣는 나를 보시고는


"너 여기서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구나"라고 했다. 


주말이면 음악을 들으며 몇 시간이고 가만히 있는 그 집의 생활양식을 배워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말은 나를 자주 찾아온다. 


나는 정말, 이곳에서 살아가는 힘을 얻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걸지 몰라.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지 않으면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걸지도 몰라. 


다른 사람을 이기지 않으면서도 

자족할 수 있는 삶의 양식을 알아가고 있는 걸지도 몰라. 


이곳에서는 자주 바다를 찾아간다. 

달려갔다가 끊임없이 무너지고 마는 파도는 나를 대신해 울어주고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풍요로워질 수 있다.


또 다시 시간이 지나가고

많은 것들이 멀어져서 아득해지더라도

어딘가엔 바다가 반짝이고 있고

파도가 부서지고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곳의 바다 소리를 계속 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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