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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Mar 12. 2024

1915년 석탄병에 자원하는 자크


1915년 1월 5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어제 다소 앞뒤가 맞지 않은 짧은 엽서를 마들렌 처제에게 보냈소. 처제에게 전했듯 우리는 오래된 술병 몇 개와 길 잃은 닭을 찾았고, 오래돼서 상했든 아니든 먹어치워서 폭탄을 만들었소. 폭탄이란 매우 상대적이오. 오늘 그 술병들을 비우며 나는 조금 유쾌해졌소.

 당신에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석탄병에 지원했소. 당신은 전쟁 중에 석탄병이 되면 뭐가 좋으냐 물을거요. 석탄병은 간단하게 말하면, 근처 숲에 가서 나무숯을 만드는 병과를 말하오. 그 숯으로 참호 속의 군인들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소. 참호 구멍으로 연기를 내뿜지 않고도 말이오. 석탄을 만드는 병과는 숲 한가운데서 작업하는 조용하고 고요한 삶의 집합체로 지금 상황에서는 무척 매력적이오. 5개월간의 요란스러운 전쟁으로 나는 이제 조금은 조용하게 살고 싶어 졌다며 당신을 설득하고 싶소. 다만 걸리는 것은 내 원래 직업이 제분업자라는 것이오. 본래 직업이 석탄업과 전혀 상관없지만, 모든 역량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외부에 있는 당신이 보기에도 과하지 않게 주장해서 원하는 걸 얻어낼 생각이오. 그 외는 새로운 것이 없소. 독일군의 참호는 우리에게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금은 서로 포탄을 주고받지도 않소.

 비가 내리는 더러운 날씨요. 오스트르보스크 농장도 날씨가 이렇다면 처제들도 무척 짜증 낼 거요. 이런 날씨는 안 그래도 힘든 일을 무척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니까 말이오

 사랑하는 아내여, 이 저주받은 전쟁은 도대체 언제 끝나서, 우리 모두가 다시 만나 행복을 누릴 수 있겠소? 우리가 누릴 행복이 너무 커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소. 그저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용기를 잃지 않길 바라오.

 장모님과 마들렌 처제, 귀여운 조카들을 나를 대신해 매우 강하게 안아주오. 우리 딸 바베트를 잊지 말고, 아빠의 가장 커다란 사랑을 대신해서 꼭 전해줘야 하오. 물론 최고로 부드러운 뽀뽀는 사랑하는 아내 당신 것이오. 직접 해줄 수 없음이 한없이 아쉽소. 만약 직접 할 수 있다면 무척 좋을 텐데. 그렇지 않소?

당신의 자크



1915년 1월 5일

매우 사랑하는 내 사랑,

  오늘 아침 당신이 29일과 31일에 보낸 편지 두 통을 받았어요. 그것들을 기쁨으로 읽고 또 읽었어요. 당신 편지는 제 인생 톱니바퀴를 유지하는 기름 한 방울과 같아요. 제가 썼지만, 정말 아름다운 문장이지 않나요?

 자기, 당신에게 저처럼 푼수 아내가 있다는 생각할 때면 부끄러워져요. 결점을 고치도록 노력해 볼게요. 더 상냥하고, 정돈되고, 도움을 주는 아내가 된 걸 보시고 놀랄 거예요. 반대로 당신에게도 결점이 있을 거라 하는 게 기쁩니다. 당신은 결점이 없기에 어떤 부분에 결점이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이제 제가 당신의 악덕도 치료하도록 도울게요. 무엇보다 걱정하지 말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당신은 좋은 프랑스인이자 좋은 남편임에 확실해요. 모든 걸 당신에게 맡겨요. 염려하지 마세요. 무슨 잘못이든 당신은 괜찮아요.

 내 사랑, 우리를 기다리는 엄청난 행복을 생각해 보자면 때론 저도 약간 의기소침해져요. 그런 미래는 좋지만 조금은 막연하게 두려워요. 그래도 매일 우리가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해요. 벌써 5개월이 지났으니, 우리가 헤어져 있을 시간의 3분의 2는 지났을 거예요. 제 생각에는 4월 4일인 올해 부활절 전에 전쟁이 끝날 거예요. 내 자기, 우리가 지나온 5개월이 앞으로 올 우리 행복에 바쳐지지 않는다면, 지나간 모든 시간이 너무 후회스러울 거예요. 지나간 시간은 고귀하고 정당한 대의를 위한 것이므로 우리는 고통을 견뎌야 해요. 무엇보다 들려오는 소식은 정황상 잘 진행되기에 모든 것이 완벽해요. 러시아인들은 독일군을 완벽하게 이겼고, 세르비아는 벨그아드를 탈환했어요. 우리는 뽀 장군을 지휘부로 보내 오스트리아로 침공하려 한다고 해요. 장군이 간다면 독일인들은 프랑스와 폴란드에서는 방어에만 전념해야 할 거예요. 헝가리 국경을 수비하기 위해서 말이죠. 영국은 수상비행기로 퀴스바브라를 폭격했지만, 그날은 순양함이 지나고 있었어요. 우리 프랑스 비행기는 메츠 기차역을 폭격했습니다. 북쪽에서는 독일군을 쫓아내는 일만 남았어요.

 내부 상황도 괜찮게 돌아가고 있어요. 은행은 모라토리움으로 얻는 이점을 단념했어요. 생계비는 이제 최저가예요. 석탄은 아직 민감한 문제예요. 가격이 항상 오르죠. 우체국은 다시 업무를 시작했고, 철도도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이렇게 유용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어요.

 독일 신문에 따르면 독일은 밀과 호밀이 심각하게 부족해지기 시작했어요. 독일에는 더 이상 구리가 없어서 거리의 전선을 제거하고 있어요. 마침내 필수재가 부족해진 거죠. 이탈리아는 점점 더 우리 편이 되고 있어요. 세르비아에서 발생한 오스트리아인의 잔혹 행위를 조사했던 스위스는 발견한 것들에 놀라고 있어요. 독일의 공급 상황은 면밀히 관찰될 거예요. 그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 이에요. 다행이죠.

 사랑하는 내 남편, 당신이 즐길 수 있도록 신문기사를 요약해서 보내드릴게요, 제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세요.

 당신을 무엇보다 사랑해요. 사랑하는 내 큰 고꼬씨, 무한한 열정과 부드러움으로 당신을 감싸 안으며,

당신의 사랑하는 작은 여인

마리-조세프

우리 딸 바베트는 매우 잘 지내요. 메추라기처럼 통통하고, 아빠를 안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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