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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Feb 24. 2017

정기구독의 기쁨

Book of the Month 

책을 너무 좋아하는 나지만, 가끔 책 사는 것이 귀찮을 때가 있다. 누가 재밌는 책, 좋은 책을 골라서 내게 가져다주었으면 하는 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처음 Book of the Month를 알게 된 건 인스타그램에서였다.

한가할 때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 이나 #Bookstagram을 찾아보길 즐겨하는데, 어느 날 상자에 담긴 책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길래 뭔가 싶어 찾아봤더니, '이달의 책'이라는 책 정기구독 서비스였다. 뭐야, 내가 그토록 원하던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귀여운 로고에 박스에 하드커버 책이 담겨오는 사진을 보고는 참을 수 없어 웹사이트에 들어가 폭풍 검색을 한 후, 때마침 땡스기빙 스페셜로 평소보다 반값에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던 터라 3개월짜리 정기구독을 냅다 신청했다.



매 달 1일에 Book of the Month 심사위원이 선정한 책 5권이 발표가 되는데 그중 한 권을 고르면 우편으로 배달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다른 책을 추가하고 싶으면 추가되는 책 한 권당 $9.99에 할 수 있고, 최대 3권까지 매달 고를 수 있다. 여태까지 선정되었던 다른 책들도 추가할 수 있을뿐더러, 처음 멤버십을 가입하면 1권의 책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북 크레딧을 준다. 하드커버 책들이 대부분 $25-27 가량 하고, 구독료가 $14.99인 것을 감안하면 (나는 반값 프로모션으로 한 달에 $7을 낸다) 책을 추가해도 원래 하드커버 가격보다 싼 게 아닌가. 이런 걸 보고 일석이조라고 한다던가. 갑자기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최근 들어 생긴 구독 시스템인것만 같아 찾아보니 이게 웬걸, 1926년에 생긴, 무려 90년이나 된 구독 서비스라고 한다. 해리 셜먼이 뉴욕에서 만든 이 클럽 (그 당시에는 클럽이라고 불렸다) 은 미국 내에 있는 독자들에게 새로 출판된 책들을 보냈는데, 그 선정된 책들이 어마어마하다. 


"Book of the Month 클럽은 1936년에 10주년을 기념해 무명작가 마가렛 미첼이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선정했다"고 한다. 무명작가 마가렛 미첼이라니...  이것으로 인해 마가렛 미첼은 "내 책을 선정해준 것에 대해 Book of the Month 클럽에 마음 깊은데서부터 큰 감사를 드린다. 내게 있어서 가장 신나고 가장 뜻밖의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1951년에는 25주년 기념과 동시에 100만 권의 책을 제공한 기념으로 J.D. Salinger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선정했다. 이 책은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또 가르친 책으로도 유명하다. 나 역시도 고등학교 때 이 책을 영어 시간에 읽고 (그때는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너무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1978년에는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해내는 데에 힘을 쓰며 넬슨 드밀의 책을 선정했다. 데뷔 작품임에도 선정이 된 이후로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넬슨 드밀은 2000만 부 이상 팔아치운 엄청난 작가인 데다가 작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판권이 팔려버린다고 한다. 1986년에는 60주년을 기념해 헤밍웨이의 첫 번째 작품인 <에덴의 동산>을 선정했다. 헤밍웨이의 작품은 1926년에 <태양은 다시 뜬다>부터 시작해 여러 권 선정했다고 한다. 2016년부터는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시작해 더욱 쉬운 접근방식을 택했다.





매달 선물 받는 느낌이다. 11월과 12월에는 아직 출간되기까지 몇 주 남은 소설을 먼저 고를 수 있게 해주기도 했고, 책을 고르면 그 책을 고른 심사위원이 직접 책에 대한 소감을 책갈피에 써서 동봉해주며, 이번해 1월에는 질리안 플린의 단편소설을 구독자들에게 선물해주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선물만큼 기쁜 것이 어디 있을까. 



이번 달에는 특별히 한국 작가의 책이 선정되었다. <Pachinko>라는 책인데 Min Jin Lee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박스에 넣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New York Times와 NPR은 물론,  영국의 BBC에서는 '2017년에 꼭 읽어야 할 책 10권'에 이 책을 포함시켰다. 4대에 걸친 어느 재일교포의 가족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는데 이민 1.5세의 작가는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이렇게 또 좋은 작가와 책을 알아가서 기쁘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떤 책들이 선정될까, 기대가 된다. 3권보다 더 고를 수 있게 해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다가 책꽂이가 다 차서 바닥에 쌓아둔 책들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책꽂이를 하나 더 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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