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ives & Ink by Isaac Fitzgerald
나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도전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원체 어둡고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클럽은 가 본 적도 없고 집이 좋은 집순이다. 그런 내가 갖고 싶지는 않지만 항상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문신, Tattoo.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 중 한 명은 등에 그녀가 키우고 있는 치와와의 얼굴을 크게 (등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크기다) 알록달록한 문신으로 가지고 있다. 자식처럼 아끼는 치와와가 죽으면 너무 너무 슬플 거라는 그녀의 말에 왜 강아지 얼굴을 새겨놓았는지 조금 이해는 갔다. 그녀의 남편은 양쪽 팔과 종아리까지 빈틈없이 문신을 해서 꼭 반팔을 입어도 긴팔을 입은 듯한 착시효과를 준다. (그걸 노린 건 아니겠지만.)
몸에 무언가를 새긴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 무거운 일이었다. 그만큼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심벌이라던지, 단어나 문구도 없었으며, 단지 이쁘거나 귀엽다는 이유로 뭔가를 내 몸에 Permanent 하게 새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왜 그 문양을, 그림을, 단어를 그들의 몸에 새기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이 책은 요리사들의 문신을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그들이 왜 그 문신을 하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여러 사람들의 왜 문신을 하게 되었는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등이 기록되어있다. 가족과의 추억을 담은 문신,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기리는 문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문신 등 다양한 이유들로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 무언가를 새겼다.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이 그린 디자인으로 문신을 한 사람도 있는 반면에, 홧김에 기분이다! 하고 술 취한 타투이스트에게 이상한 문신을 받은 사람도 있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신이 있는가 하면 그냥 '예쁘니까'가 이유의 전부인 사람도 있다.
꿀벌들처럼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해나가는 이상적인 시스템이 주방에서 갖춰야 할 시스템이라고 생각해 꿀벌들을 문신한 요리사. 꿀벌을 타투한다는 건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그림으로 보니까 의외로 예쁘다. 꿀벌을 이제 좀 다른 시각으로 볼 것 같다. 꿀벌, 어감도 귀여워, 심지어.
기억에 남았던 타투 하나.
자신이 가장 처음 소장했던 요리책 <Joy of Cooking> 의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쓰는 해당 도서의 도서번호를 타투한 요리사. 요리사로서의 뿌리를 기억하고 진실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도서번호를 택했다는 게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타투 둘.
인생에서 뭔가 하나씩 성취할 때마다 허브와 양념들을 타투해나가는 요리사. 뉴욕에서 일했을 때를 추억하는 로즈마리와 타임 타투.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새 출발을 기념해 새긴 고수꽃 타투. (고수꽃은 어떻게 생긴 거지?) 오슬로와 코펜하겐으로 떠났던 요리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링곤베리 타투를 새겼다는 그녀. 죽기 전에는 well-seasoned 돼있기를 바란다는 말이 멋있었다. 맛있는 인생을 위한 그녀의 여정을 응원한다.
기억에 남는 타투 셋.
그냥 예뻐서 했다는 타투치고는 좀 사이즈가 크지 않아??
마음에 들었던 구절.
Life has a funny way of trying to teach us lessons and giving us the best direction to grow and prosper. All we have to do is listen, implement, and create.
삶은 때로는 재밌는 방식으로 우리를 성장시키며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길을 가리켜준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것을 듣고, 실행하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각 요리사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에 금방 읽어버린 책. 읽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타투가 더 궁금해진 건 왜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읽었는데 더 궁금해져 버렸다.
이 타투는 하면서도 꽤나 아팠을 것 같은데, 위치나 포인트가 아주 적절하다. 눈코입은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보기만 해도 고통을 유발하는데, 당사자는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듯. 그럼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