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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제이비 Nov 18. 2023

마흔의 사춘기

사십살의 진로 고민


사춘기만 진로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인생 이모작 삼모작 아니 어쩌면 사모작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20대의 치열함과 노력으로 30대를 그래도 다행히 대기업을 다닐 수 있었다면, 지금 시기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나의 40대 50대를 또 책임져 주겠지?


나는 광고회사를 다닌다. 올해 6월 광고주의 엄청난 갑질로 응급실을 갔다. 사람이 울다가 울다가 기절이라는걸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뭐 노래 가사 마냥 사랑 때문에 운것도 소중한 가족 때문에 운것도 아니고 광고주 갑질 때문에 울고 정신과를 다니게 될 줄은 내평생 몰랐지만.


무튼 난 그 말도 안되는 경험 덕분에(?) 몇 개월이라는 휴식시간을 얻게 됐다. 회사를 미친듯이 다닐 때는 눈 앞의 것만 보인다. 그런데 한걸음 회사와 떨어져서 보니 이제서야 '나' 라는 사람을, 그리고 또 '내 앞으로의 미래' 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어쩌다보니 40살에 진로고민을 하게 된거다. 그래서 나는 지금 사춘기가 아닌 사십춘기를 겪고 있다. 인생 절반을 살고보니 또 내가 좋아했던 것이 뭐였는지 내가 어떤사람인지를 차근 차근 고민하게 됐다.


내가 늘 이야기 하지만, 40살은 불혹이라고 말한 공자님이었는지 소크라테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말은 개소리다. 40살도 여전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여전히 미혹되고 여전히 불안하다.


아마 아이를 정신없이 키우고 있어서, 아마 정신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아마 정신없이 돈을 벌고 또 빚을 갚느라 하루 하루 급급해 '나' 라는 사람을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시간이 지나 멘탈이 조금 회복 된 찰나, 어느 작은 회사의 임원급인 친한 언니가 직원들에게 '디지털 마케팅' 교육을 해주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마케팅 교육을 하고 왔다. 기획은 어떻게 하는지 요즘 채널 트렌드는 어떤지 마케팅 업무를 할때 어떤식으로 아이디어를 내는지, 디지털 마케팅은 보통 어떤 업무를 하는지 홍보에서 디지털쪽으로 업무 다변화를 추구하려는 회사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왔다.


나도 참 나인게, 한달동안 영문 PPT 600장하고 만들며 쓰러지고 응급실까지 가놓고. 교육 자료 만든다고 피피티 장표를 거의 120장이 넘어가게 만들었더라. 근데 또 웃긴게 이걸 또 만들다 보니 이런 디지털 마케팅 교육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믈 스물 올라오는게 아닌가.


기획은 어떻게 하는지 보통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또 기획을 할때 흐름을 어떻게 잡는지 대기업들은 어떤식으로 마케팅을 하는지 제작사는 어떤식으로 활용하는지.


나름 대기업 광고 회사에서 10년을 몸담다 보니 그냥 알게 된 것들, 그리고 또 경험을 하면서 알게된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뭐 상위 1% 초 고수는 아니었겠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자료를 만들고 또 교육을 해주면서 문득 이런 교육 일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교육을 듣고 그쪽 회사 팀장들이 찾아와서 뭔가 자극이 됐다며,  넥스트 스텝에 대한 머리를 팽팽 굴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땐 약간의 뿌듯함마저 들기도 했다.


난 지금, 휴직중이고, 온라인 셀러도 도전해서 돈독 오른 사람마냥 돈을 벌고 있다. 아 할말이 많다. 내 앞길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사춘기가 아닌 사십춘기가 찾아온 나한테 좋은 자극이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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