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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Feb 19. 2021

삶은결국 11. 늙은호박전

삶은결국의식주일뿐이다

삶은결국 11. 늙은호박전



잘 익은 늙은 호박은 얇게 썰어서 전으로 부치면 맛있다. 전이지만 퍽 달콤해서 서양식 팬케이크 류의 디저트가 생각난다. 전체적으로 노란 데다 잘 익은 끝 부분은 주황빛이 감돌면서 이쁘기도 하다.

늙은호박전은 직접 해먹은 적이 없다. 년에 한두 번은 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그건 매번 누군가가 준비해줬다는 이야기다. 할머니가 계실 땐 할머니가 해주셨고 결혼을 하고는 시어머니가 해주셨다. 전을 구워 놓으면 그것부터 집어먹으니 쉽게 취향이 들통나버린다. 요즘 살이 쪄서 예전보다 많이 집어먹진 않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늙은호박전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샛노랗게 익은 늙은 호박이 필요하고, 전을 부쳐줄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 어떤 전보다 감사히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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