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One Cut of the Dead, 2017)
소개에 앞서 이 영화를 많은 분들이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에 두 가지 당부의 말을 남기고자 합니다.
1. 절대 이 영화에 대해 알려고 하지 마세요. 예고편이든 리뷰든 뭐든 보지 마세요. 그냥 영화를 보시면 됩니다.
2. 중간에 끄고 싶더라도 참고 봐주세요. 분명 보답받으실 겁니다.
보통 영화에서 말하는 컷은 '한 번의 연속 촬영으로 찍은 장면'을 말합니다. 비유하자면 눈을 한 번 떴다가 감는 그 시간 동안 바라보는 것이 컷인 셈이죠. 컷의 뜻을 조금 더 확장해보자면 시간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되는 순간부터 헤어지는 그 시간 동안이라던지, 첫 출근을 한 순간부터 은퇴하는 순간까지의 시간들처럼 말이죠.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서 관객들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컷'은 조악하기 그지없는 좀비 영화입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카메라 너머의 모습들을 보다 보면 속된 말로 '웃프게' 됩니다. 비록 처참할지언정 이 좀비 영화를 보고 있을 누군가의 시간(컷)이 낭비되지 않도록 이토록 헌신하고 있으니 말이죠. 다시 말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시간(컷)을 헌신하는 셈입니다.
인생이란 영화의 '컷'은 보통의 영화와 달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편집할 수 없다는 잔인함이 있습니다. 하나의 '컷'을 만들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지만 NG가 나는 것은 부지기수이죠. 하지만 그 노력을 알아주는 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위안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주는 웃음은 오히려 위로로 다가옵니다. 비록 NG일지언정 제작진들이 하나의 '컷'을 위해 쏟아낸 수많은 땀방울의 가치를 적어도 관객들은 알고 있으니까요.
내일은 내일의 '컷'이 시작될 것이고,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그 '컷'을 완성하기 위해 엎치락뒤치락할 것입니다. NG이든 아니든 우리 각자의 '컷'을 위해 지나온 순간들을 응원해봅니다.
브라보 마이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