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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i Jun 26. 2023

28. 미국 딸기 U-Pick 체험

과수원에서 싱싱하고 맛있는 딸기를 원 없이, 마음껏 따보기!

우리가 사는 곳은 1년의 2/3는 비가 오고 흐리다. 반면 여름은 구름 한 점 없이 무척 화창하다. 내내 내린 비로 물차 오른 과실나무들은 이 여름 무성히 자라 알찬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도시 근교에는 과수원들이 참 많다. 자주 지나던 길 옆 과수원에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과일들을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걸리면, 우리는 부지런히 페이스북 업데이트를 기다린다. U-Pick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미국에 와서 U-Pick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여기 과수원들은 농사가 너무 잘돼 자신들이 수확해 팔아도 과일이 남아돈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부터 일반인들에게 과수원을 공개하고 ‘와서 직접 따가라 (Pick your own/PYO)’고 하는 U-Pick이 성행한다. 손님이 직접 따가는 만큼 가격도 엄청 저렴하다. 싱싱한 제철 과일이 시장의 반값이다. 값은 내가 딴 전체량의 무게로 메겨지는데 일인당 얼마 이런 입장료도 없고 시간이나 무게 제한도 없다. 한국에서 가끔 이런 체험을 하면 입장료도 있고 시간제한이 있던 경우도 있어서 처음에는 약간 의아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상황이 바로 이해된다. 과일이 너무 많아 경쟁할 필요 없이 모두 넉넉하게 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 땡볕아래 과일을 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아무리 의욕 넘쳐도 1시간 정도 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니 별다른 규정이 없어도 여유로운 운영이 가능할 수밖에 없다. U-Pick은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가장 많고, 은퇴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자주 찾는다. 아무튼 정리해 보면 과수원 입장에서는 인건비는 절약하면서도 과일들을 다 팔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신선한 과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며 덤으로 과수원 체험도 할 수 있으니 생산자-판매자-소비자 모두 윈윈 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U-Pick 딸기였다. 남편과 1  딸과 함께 딸기 담을 박스 2개를 들고 집에서 20 정도 떨어진 과수원을 찾았다. 일단 과수원에 도착하면 Check-In 한다. 가지고  용기의 무게를 재는데, 나중에 딸기를  따고  다음에 용기 무게만큼을 빼고 계산하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직원의 안내를 받아 U-Pick장소에 가서 딸기를 따면 된다. 달짝지근한 딸기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너른 딸기 밭이 눈에 펼쳐졌다.  눈에는  똑같이 보여도 종류가 여럿인지 각각의 이름이 팻말에 적혀 있었다. 각각의 수확시기가 다르니  안내받은 곳에서만 진행할  있는데, 이번에 우리는 ‘제퍼슨 레드(Jefferson Red)’라는 품종을   있었다.

저 푸른 초원이 모두 딸기 밭이다. 빨간 글씨 팻말로 각 품종들을 표시해 놓았다.  

딸기는 땅에 거의 붙어 자라기 때문에 익은 딸기를 확인하고 따려면 장시간 쪼그려 앉아야 한다. 또 솜털 같은 가시들이 있어 따다 보면 팔이나 손등, 다리 같은 곳들이 간지럽고 때에 따라서는 약간 따가울 때도 있다. 풀독 같은 건데, 남편이 자신이 없다고 해서 이번 딸기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다 땄다. 위에서 서서 보면 진초록 잎만 보이는데, 잎을 손으로 들춰보면 주렁주렁 열린 딸기들이 보인다. 처음에는 넓은 딸기 밭에서 한 품종만 딸 수 있다고 해서 뭐 딸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줄기와 잎들 사이사이로 새빨갛게 익은 딸기들이 쉽게 보였다. 너무 익어 스스로 바닥에 떨어진 딸기들도 너무 많았다. 이런 걸 보면, 물론 어디냐, 어느 때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미국이 참 풍요로운 나라로 느껴진다. 더 늦기 전에 부지런히 딸기를 따 통에 담았다.

잎들 사이로 빨갛게 익은 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가지고 간 용기 안에 넣으면 된다.


짧은 경험에 한해서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당도가 높고, 크기도 크고, 식감도 부드러운 우리나라 딸기가 감히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익숙한 딸기 맛을 기대하고 다른 나라에서 먹고 나서 만족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U-Pick 한 ‘제퍼슨 레드’는 크기는 작지만 매우 달콤했고, 그러면서도 새콤한 향과 맛이 일품으로 식감도 한국 딸기처럼 부드러웠다. 입 속에 넣으면 마치 딸기 사탕 같았다. 딸기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다양한 품종들을 알 수 있고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U-Pick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다. 우리 딸내미는 딸기가 너무 맛있는지 남편이 먹여주는 족족 아기새처럼 받아먹어 입 주변과 양손이 벌게져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30개 이상은 먹은 것 같다. 그 사이 나는 가지고 간 2개의 상자를 가득 채웠다. 다 따고 나면 처음 Check-iIn 한 곳에 가서 다시 무게를 잰다. 딸기는 파운드(lb, 1lb는 약 454g) 당 1.95달러였는데, 우리는 2 상자 총 14.74달러가 나왔다. 물론 앞에 얘기한 데로 박스 무게는 제외했다.

한 입 베어 물면 가득 퍼지는 새콤달콤한 딸기의 맛과 향.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따다 보면 가지고 간 상자가 가득 해진다. 무게를 재서 값을 지불한다.


한 박스는 형부네 드리기로 했다. 허리가 아프고 더위에 힘들기는 했지만 하다 보니 따는 재미 함께 몸으로 수고한 일에 대한 보람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활짝 웃는 딸의 얼굴에서 달달한 딸기 냄새가 폴폴 풍겨온다. U-Pick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풍성하게 미국을 즐길 수 있는, 이 계절 놓칠 수 없는 행복한 경험이다.   




아래 사이트에는 미국 내 U-Pick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있다. 미국을 방문해 U-Pick을 경험하고 싶다면, 각 과일들마다 어느 주에서 언제 참여할 수 있는지 꼭 확인해 보자.  

https://upickfarms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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