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함께 만개하는 살아있는 여름
아이가 태어난 지 50 여 일이 되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새로운 일상은 단순하지만 바쁘고 정신없다.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 갈아주고, 씻기고, 설거지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루에 수 번 반복한다. 이렇게 육아 격리를 하다 보면 답답해지는 마음에 배출구를 찾게 된다. 다행히 형부네 집에는 정원이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따로 공원을 찾아갈 필요 없이, 우리는 잠자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 집 정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생명 찬 여름 정원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화려하고 수려한 여름 꽃들이 제 색을 발하며 곳곳에 활짝 피었다.
정원 울타리에는 야생 블랙베리들이 익어가고 있다. 가시덩굴은 따끔하고 무시무시 하지만 새콤달콤한 열매들이 수확의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 준다.
잘 익은 청사과가 가지에 주렁주렁하다. 다만 너무 많아 수확할 틈도 없이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여름 공기가 시큼하고 또 달콤한 이유다.
무화과는 따가운 볕 아래 천천히 익어가는 중이다. 곧 9월 즈음엔 오며 가며 따다 먹을 수 있게 된다.
정원 한 구석, 작은 밭에서 자라는 싱싱한 고추와 깻잎들. 올해 밭농사도 풍년이다. 다만 정원에서 발견된 배설물 흔적들을 보면, 종종 사슴이 내려와 여린 고춧잎을 따먹고 가는 것 같다고 하신다.
집 옆으론 얕은 시냇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고 또 차가운 물속엔 다슬기와 재첩 같은 작은 조개류가 산다. 철이 되면 낚시로 연어도 잡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데리고 온 우리 집 개들도 오랜만에 신이 났다. 땡볕 아래에서 지칠 줄 모르고 뛰어놀더니 물가로 내려가 몸을 적시곤 이내 지쳐 그늘을 찾는다.
바람이 실어다 심어 놓은 작은 들꽃들. 꾸안꾸의 멋이 있다. 나무 밑동에서 묵묵히 덩치를 키우고 있는 이름 모를 버섯... 누구냐, 넌!
솔솔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자장가 삼아, 아기는 고맙게도 몇십 분째 유모차 안에서 깨지 않고 잘도 잔다. 빼꼼히 밖을 바라보는 노랑 베이비 샤크는 자칭 이제 '미디엄 사이즈'가 된 사촌 오빠가 갓 태어난 베이비 시스터를 위해 사준 선물이다.
햇살은 지칠 줄 모르고 땅 위를 달군다. 한적한 정원 그늘에 지친 몸을 기대고 늦은 오전을 흘러 보냈다. 이제 다시 뜨겁게 달려 올 여름 오후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