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아이와 조카, 남편과 나, 우리는 늘 함께였다. 큰 도시, 하이킹, 과수원, 도서관, 동물원 등등 다닐 수 있는 곳은 아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다녔다. 나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적어 곧 잘 후들후들 거렸지만, 그래도 여름이 아니면 이런 왕성한 경험이 어렵기에 때론 찡그린 얼굴과 마음을 했지만 함께 했다. 그러다가 이틀 전부터 허리가 다시 안 좋아졌다. 원래도 별로이긴 했지만, 어제와 오늘은 유독 심해져 꼬부랑 할머니 걸음이 되었다. 편도로 한 시간 반 남짓한 폭포를 간다는데, 남편이 이번에는 집에서 쉬란다. 점심을 차리고 정리하는 것까지만 하고 아이 옷을 챙겨 입히고 또 묻는다. 정말 내가 가지 않아도 괜찮아? 하나도 힘든 데,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 다니는 건 더 힘들다. 좀 걷다 보면 곧 안아달라 하고, 카시트에 앉히는 데에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해 진이 빠지기도 한다. 힘드니까 집에 있어, 괜찮아.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안겨주고, 이번엔 운 좋게 카시트에 쉽게 앉히고, 조카에게도 아이와 남편 잘 따니라고 당부하고, 아이에게도 잘 다녀오라고 뽀뽀해 주고, 남편에게도 힘들면 중간에 다시 돌아오라 말한 뒤 차를 떠나보냈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절실한 것이 때로 혼자 있는 시간인데 나에게 드디어 그 귀한 시간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마음이 떠난 아이들을 계속 따라간다. 같이 가자니 몸이 힘들고, 집에 머물자니 마음 한 편이 불안하다. 잘 다녀오겠지? 괜찮을까? 집에 있는 아이 사진을 보니, 벌써 애틋해지고 보고 싶어 진다. 쉼 없이 종알거리는 조카의 농담도 그립다. 애쓰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도 몰려온다. 밀린 책도 읽고, 일도 하고, 잠도 자며 체력을 보충하려 했건만, 머릿속이 가족들의 잔상으로 꽉 차 혼자가 혼자가 아닌 시간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