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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May 02. 2022

일 년 만에 새 출근, 한번 해봅시다

다시 출근길에 나서다

1년 만에 재취업했다. 완전히 새로운 회사와 사람들, 새 직무로 일을 하게 됐다. 입사 전 2주 간의 시간이 주어졌고 나는 어쩌면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 같다.


지독하게 나쁜 기억으로만 남은 전 회사에서의 일들.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지난 일 년. 나는  그런 생활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나 긴장되는 도전이었다.


결국 입사 전, 현재 약을 처방받고 있는 대학병원 주치의 선생님은 물론, 이 선생님을 연결해 주셨던 내 진짜 주치의 J 선생님을 찾아갔다.


기자 일을 완전히 그만두기로 한 오랜 결심과 새로 시작하게 된 회사와 직무에 대한 설명을 들은 선생님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내가 현재 먹고 있는 양의 종류와 양 그리고 내 마음 상태를 들은 후에 하신 말씀이다.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 무조건 새로운 회사에 가면 잘할 수 있는 때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한번 해봅시다'가 선생님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첫 출근을 한 지 2주가 지난 지금. 걱정보다 새 회사의 분위기는 좋았고 새로운 직무는 이전에 비해 어렵지 않았다. 전 회사에서 ‘회사가 다 그렇지 뭐’라고 포기했던 부분도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다. 회사가 다 똑같다는 말도 거짓말 같다.


다만 점점 체력이 떨어지면서 2주의 끝이 되자 너무나 피곤했다. 이건 수면과 운동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리면 해결될 문제 같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시 한번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바로 회사를 그만둘 것이다.


팔이 부러진 사람은 바로 치료를 받고 보호대를 착용한다. 그리고 팔이 나을 때까지 팔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을 다친 사람은 계속해서 같은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 일을 지속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마음도 몸처럼 다치면 즉각 치료가 필요하고 쉬어줘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는 눈에 보이는 신체가 아니라 마음이라고 너무 참으려고 견디려고만 해서 상태를 악화시킨 것 같다.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이 섰을 때 바로 그만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 일들에 대한 내 유일한 후회다. 그렇기 때문에 이 회사는 적어도 지난 회사보다는 낫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만에 하나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만둘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오늘도 출근길에 오른다. 앞으로는 좋은 일들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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