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사에서 나는 회식 때마다 울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고압적인 상사 밑에서 억압된 채로 일했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울며 겨자 먹듯 했다. 때론 기사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는 메일을 쏟아내 거기에서 받는 압박과 자책도 있었다.
8명의 팀원들은 갈라져 서로 욕하며 매일을 보냈고 그 속에서 나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런 스트레스는 술이 들어가면 터져 나왔다. 그래서 나는 어느새 회식 때마다 팀원들 앞에서 힘들다며 울게 되었다. 스스로도 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술이 들어가 한 번 속마음을 이야기하면 감정을 쏟아버리는 미숙함을 어쩌지 못했다.
사실 그 회사와의 궁합이 최악이었던 탓에 당시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내 옆에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동료 한 명이 있었다. 나보다 다섯 살이 많지만 존댓말을 해주었고 끼리끼리 갈라서 지냈던 다른 팀원들과 달리, 모두의 미움을 받는 팀장과도 잘 지내는 사람이었다.
여느 때와 같은 회식 날, 나는 취해 3차를 가자며 친한 팀원들을 졸랐다. 동료들은 나를 ‘부장님’이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시간은 늦었고 동료들은 집에 가고 싶어하는 듯 했다. 자리를 파하지 않길 원하는 나를 한 동료가 조용히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조그만 와인바에 데려와 약한 도수의 술을 시켜주었다.
“차나씨. 차나씨가 싫어할 만한 이야기 하나 할까요?”
나는 눈만 껌뻑였다.
“사람들 앞에서 속마음 다 얘기하지 말아요. 사람들은 술자리에서는 잘 들어주지만 자기 일밖에 관심 없어요. 결국 차나씨 약점을 드러낸 것만 돼요.”
술기운이 오른 나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차나씨가 싫어할 얘긴데… 회사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사람들은 다들 싫어하는 팀장이랑 왜 밥을 같이 먹어주냐고 하지만 나도 팀장 좋아하지 않아요. 아니, 팀장 인성이나 개인사에 관심이 없어요. 그냥 같이 일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나는 조용히 와인 잔을 집어 들었다.
“제가 비밀 한 가지 이야기해줄까요? 저는 31살 때 처음 정규직이 됐어요. 이전에는 계약직, 파견직이었거든요. 그래서 여기 와서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더 갈 데가 없어서 있었던 거예요.
차나씨. 여기 와서 너무 힘들어하는 거 같은데 맞는 회사를 다시 찾는 건 어때요? 얘기 들어보니까 이전 회사와는 잘 맞은 거 같은데. 여기는 변하지 않아요. 상사도 사람들도 변하지 않을 곳이에요. 내가 오래 있어봐서 알아요. 그러니까 힘들어 하지 말고 떠나요. 맞는 곳은 어딘가 있어요.”
뭐라 대꾸할 말도 반박할 여지도 없었다. 나는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그와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그날 술자리를 끝냈다.
지금 나는 더 이상 회사 때문에 울지 않는다.
일은 보람있고 사람들은 끼리끼리 욕하는 대신 어울려서 잘 지내며 서로를 배려한다. 또한 여기서 만난 상사는 권위적이거나 감정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조금 피곤하지만 전에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는 지금.
나를 보면 그가 뭐라고 할까 궁금해진다.
“거 봐요. 내가 맞는 데 찾아가라고 그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