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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May 16. 2022

타인은 지옥이라 생각했던 날들

타인은 지옥이겠거니, 생각하게 되는 침묵이 불편하다.

오고 가다 슬쩍 부딪혀도, 엘리베이터를 갑자기 끼여 타도 미안하다고도 고맙다고도 잘 말하지 않는 이것도 문화의 일종일까?


사내에서는 동료에게 불만이 있거나 의문이 생겼을 때 직접 물어보기보다는 추측하고, 뒤에서 말해 상대방과의 거리 늘리기만 이어간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지하철에서 또 사무실에서 핸드폰이나 모니터가 아닌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목소리를 크게 내서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혹시 그 점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라고 말하지 않는다. 목까지 소리가 잠긴 좀비일 뿐이다.


만약 사소한 것이라도 오해와 미움이 쌓이기 전에 묻고 대화하면 어떨까? 또 마치 공작을 벌이는 팀 마냥 뒤에서 메신저만 주고받는 것 대신, 눈을 맞추고 얼굴을 보고 말하면 어떨까.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 분명 있지만 메신저와 침묵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사람은 얼굴을 자주 보아야 서로의 허물을 덮어줄  있다는 가까운 어른이 하신 말을 곱씹게 되는 날들이다.


2019년 9월에 공책에 끄적인 이야기다.


전 직장에 다닐 때 쓴 벌써 3년 가까이 된 이야기인데, 오랜만에 읽어보니 참 그때는 그랬다 싶다.

그로부터도 2년을 더 다녔으니 곪을 때로 곪은 회사생활이었다.


나는 여전히 직장인이고 사내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지만 지금은 침묵 대신 대화가 자리하고 있다.


더 이상 타인이 지옥이라고 짐작하지 않는 지금,

지옥은 지옥임을 깨달은 자가 먼저 벗어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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