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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May 05. 2020

좋아하는 것을 함께 보고 싶은 마음

요즘 들어 나의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덕분이고, 훈련이 된 덕분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그렇다.


어제는 <그리고 베를린에서>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뉴욕 하시디즘 공동체의 삶에 대해서 그렸는데, 전혀 알지 못했고 폭력적인 관습이 동시대에 지구 어딘가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기분이 막막해졌다. 얼마 전에 읽은 2020 젊은 작가상 대상 수상작 <음복>의 한 장면이 겹쳐졌다. 남성이(혹은 좀 더 특권을 누리는 쪽이라고 말을 바꿔도 무방하겠다) 순진하고 천진하며 그늘 없이 자랄 수 있는 사회 혹은 공동체를 그렸다는 점에서.


"반짝이를 좋아하면서도 이중잣대를 반대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분홍색을 입으면서도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오늘은 <미스 아메리카나>를 보았다. 팝송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덕분에(?) 테일러 스위프트는 모르는 사람에 가깝다. 이름은 몇 번 들어봤지만, 그의 크리에이티브나 미국 대중음악사에 기여한 바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가 없었다. 그럼에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삶을 그린 다큐에 매료되었던 건,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 때문이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소녀가, 대중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기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고, 위협에 맞서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는 서사. 미스 아메리카나를 본 사람이라면, 어찌 그녀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외에도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를 읽었고,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을 읽었다. 실밸팀(?)은 서문만 읽었는데도 너무 좋아서 팀원에게 추천했다. 좋은 팀장이 되는 법은 좋은 팀원, 동료가 되는 법과도 무관하지 않으니까. 이 책들 혹은 영상물이 좋은 점은, 혼자서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세계와, 떠올리지 못했을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다만 요즘 걱정인 건, ‘내가 너무 빠르다’는 생각.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밀렸던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그러다 가속에 가속이 붙으면서 정말 많은 영감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지어 아직 들어갈 자리가 남았다.) 아이디어는 계속 생기고, 나와 회사는 (아직까지는) 회아일체이다 보니(물론 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팀에게 공유하고 싶다. 누군가는 그 아이디어가 왜 좋은지 설득의 말을 붙여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아이디어가 왜 실현될 수 없는지 냉철하게 비판해주었으면 한다. 그게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조직과 동료들이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내가 보고 읽은 것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된다. “내가 이런 걸 봤는데, 정말 엄청난 영감들이 담겨 있고, 네가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한 번 살펴봐 줄래” 물론 일방적으로 제안이니 보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언젠가 저 책, 다큐멘터리, 드라마 시리즈를 봤다고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나는 이 지점이 마음에 들었어요”라는 부분이 어쩌면 내가 가장 감명받아 이 드라마를 추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부분은 아닐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으니 그것대로의 설렘도 있고.

마음이 급하다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확장된 세계관을 가지고, 멋지게 성장해나갔으면. 그래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크리에이티브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를. 그런 관계를 꿈꾸며 오늘도 아티클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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