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0일
날씨: 아주 맑고 쾌청
기록자: 수아
집안에 갇히진 않았지만, 나도 기록할 게 없는 건 마찬가지야
“우리 이 일기 언제까지 쓰는 거야?” 원래대로라면 5월 말에는 매듭을 지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기록할 수 있는데까지는 기록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 여러분이 좋다면.” 나의 대답은 뜨뜻미지근했다.
설 이후 한국에 코로나가 번진 지도 3개월이 지났다. 모두가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아주 운이 좋게도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원래부터 재택근무가 자유로웠다. 사실 예전보다 더 자유로워진 나머지, 당일 아침에만 이야기하면 된다. 매일 10분 정도 스크럼을 하는데, 팀원 모두가 한 사무실에 모여 있는 날은 특별하게 여겨진다. 나는 종종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주로 지방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일하기 일쑤였다.
회사에서 감원이 되거나,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일도 없었다. 아직은 수익모델이 B2C를 지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 거다. 온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코로나 이후에도 증가세는 여전하다.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일은 많았고, 일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움에 떠는 경우는 없었다.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다.)
반면, 나의 친구들 — 야림, 동그라미, 뽈 —은 상황이 달랐다. 야림은 코로나가 터지면서 급하게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다. 동그라미는 예정되어 있던 베를린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고, 한국에서 취직을 했다. 영국에서 일하던 뽈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켜보는 입장인데도, 그들의 삶에 코로나가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삶의 모든 것, 그러니까 현재 상황부터 가치관까지 모든 것이 바뀌는 분기점이었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나의 삶을 쓰는 게. 변한 것이 없는데, 변한 점을 찾아내고 있는 나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