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십 인터뷰, 이렇게 진행하고 있어요.
인터뷰할 때마다 인터뷰이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편한 자리에서, 편하게 잡담과 인터뷰를 섞어가며 이야기하니 궁금해질 만도 하다. 대답은 "응.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말해. 내용은 검수받을 거고, 원치 않은 내용은 제외할 거야."
<서울이십>의 인터뷰이를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로 한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반의 인터뷰라면 몇 가지 예상되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ㅡ (1) 인터뷰할 대상을 정하고 (2) 인터넷 또는 저서로 리서치를 한 다음에 (3) 인터뷰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게 질문지를 구성하여 가져 가는 것이다. 때에 따라 약간의 순발력이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준비 75% 임기응변 25%로 구성되지 않을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하지만 <서울이십>의 인터뷰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 생애 첫 인터뷰다.
* 이야기할 결과물이 있지 않다. 많은 질문은 처음으로 생각해볼 법한 내용이다.
* 사실 서울은 인터뷰의 핵심이 아니다. 서울은 대화를 시작하는 매개이며, 이를 시발점으로 삼아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지향한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서 리서치를 할 수가 없었고 사전 질문지를 만들기도 어려웠다. 인터뷰는 보통 두 번(많으면 세 번) 이뤄지는데, 첫 인터뷰에 들고 가는 질문이라곤 딱 하나다: "서울,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인터뷰 진행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에 기반한다. 행동의 결과는 알지만 동기는 모르기에 그 점을 집요하게 물어본다. 두 번째로 발간하는 4-6호의 주제는 "해외에서 체류하는 사람들"인데, 서울을 떠나 해외에서 살기로 한 이유를 반복해서 물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어색했다.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친구들에게,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질문을 던진다는 게. 하지만 대답은 예상과 다를 때가 많았다. 사전 질문지가 무용한 날이 더 많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질문지를 만들어 이야기의 범위를 제한하기보다는, 여러 생각을 늘어놓고 정리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서울이십>을 만들면서 녹취록을 풀고 재구성하여 정리하는 게 가장 큰일이 됐다.
녹취된 인터뷰는 한 사람당 보통 2~3시간 분량. 듣다 보면 이런저런 잡담이 정말 많이 나온다. 가령, "인터뷰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같은. 하루치 인터뷰를 모두 폐기하자고 결정했다. 인터뷰이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어느 순간 알았다. '아, 이 인터뷰는 쓰지 못하겠구나.' 그럼에도 이야기의 주제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그 내용에 대해 끝없이 꼬리를 물었다. 지금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서울이십과 인터뷰한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 인터뷰할 친구들.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 순간이, 결과 지향적이지 않기를 바라.
긴 방황 끝에 4-6호를 제작 완료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눌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4-6호의 주제는 "해외에 체류하는 서울 사람들"입니다. 독일 베를린/바이마르, 일본 하시모토,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는(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