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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방송 Oct 01. 2020

내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

반백수,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기로 결심하다

거창하게 패러다임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의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라는 뜻이다. 이 글에 '내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내가 이 사회의 패러다임과는 조금 다르게 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산다는 뜻인가.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기로 결심했다. 그 고정관념이라 하면 내가 여태까지 세상을 살면서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삶의 방식들이다. 이곳에서 태어나서 내가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들. 예를 들면 가족으로부터, 학교로부터, 친구들로부터, 이 사회로부터 여러 환경에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지내며 나에게 내재된 가치 기준들.

회사에 다니면서도 이러한 의문이 든 적이 많다. '왜 일주일에 5일을 꼬박꼬박 일해야하지?’,'9시부터 6시까지 일해야 한다는 건 도대체 누가 만들어 놓은 걸까?’ 등. 남들은 그래도 참고 견디며 꾸준히 잘  다니는데 내 머리에선 이러한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도 비슷했던 것 같다. '이 감옥 같은 학교는 꼭 다녀야만 하는 걸까?’,'이렇게 해서 내가 얻게 되는 게 도대체 뭘까?' 등등. 아무래도 나는 어디에 속해 남들이 정해진 틀에서 생활하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얼마 전 글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후 경미한 우울증을 앓았던 사실을 밝혔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으니 경미한 정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우울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의 가치 있는 사람의 기준에 내가 부합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회사를 때려치웠으니 회사에서 벌던 만큼은 적어도 벌어야 하는데 아직 어림도 없네.','남들은 사업한다 하면 뭔가 멋지고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내 사업은 아무래도 볼품없는 작은 사업인 것만 같네.’,’이렇게 살면 나중에는 집도 없는 독거노인이 되어있으려나?’,'막상 이렇게 조금만 일하니까 열심히 안 사는 사람 같다. 남들처럼 꼬박 채워 일해야 하나?’ 등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정한 가치기준에 동의할 수 없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겠다고 시작한 새로운 삶을, 결국 다시 그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는 더 이상 세상의 기준으로 내 삶을 평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제일 먼저 남들처럼 똑같이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나는 일주일에 며칠만 일하고 그마저도 3-4시간 정도만 일한다.(물론 시간이 더 필요할 때는 그만큼 더 투자를 한다.) 전에 회사를 다닐 때보다 급여는 훨씬 적고  내 또래 친구들보다 적게 벌지만 그만큼 나에겐 시간이 많다.

시간이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즐겨 하는 것은 해 질 녘 선선할 때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산책을 하다 보면  분명 같은 곳이었는데 일주일 사이 새로운 꽃들과 들풀들이 돋아난다. 원래 있었던 꽃들은 이제 새로운 꽃들이 빛나기 위해 자신이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것처럼 보인다. 차를 타고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바닷가에도 다녀온다. 바다가 보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바닷가에 가서는 다슬기, 게 등 다양한 바다 생명체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인간 말고도 다양한 생명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자신의 몫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시간이 많으니 일부러 모르는 길로 걸어가 보기도 한다.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가게들과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새로운 음식점에 혼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나만의 맛집 리스트를 채워가는 재미가 쌓여간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지니 요리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요리를 다 할 수는 없어도 건강한 재료를 구하고 몸에 좋은 요리해 먹는 빈도를 차차 늘려가고 있다.

주변에서는 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젊은 사람이 그렇게 게으르게 살아서 되겠어?’.’그렇게 벌어서 어디 먹고 살 수 있겠어?’ 등등. 누군가는 나를 게으른 사람, 욕망이 없는 사람, 꿈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기준 혹은 돈의 기준에서만 본다면 나는 당연히  실패한 인생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다. 돈이 많으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깨달으며 세상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뿐이다. 내가 행복하면 그뿐이다. 이것이 내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위 글은 유선방송 만화로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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