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에 관하여
근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예상하지도 못했던 사람과 새로운 연이 닿기도 했고, 평생 영원할 것 같던 친구와의 사이가 끊어지기도 했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시절인연이란 불교용어로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또한 깨달음과의 만남도 그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이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다.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 안에, 내 손 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물 때문에 속상해 하거나 인간 관계 때문에 섭섭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법상스님
모든 관계를 손안에 쥐고 떠나보내기 싫어했던 지난 날들. 그로 인해 고통받던 나. 곁에 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원인을 내 탓이나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그저 시절인연이 닿지 않았던 것이리라. 떠나가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보내주고, 다가오는 사람은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반갑게 맞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