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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미스터 케이 May 26. 2022

굿 프로덕트: 와이즐리

와이즐리 사랑해요, 와이즐리 BX팀은 꼭 맨 마지막까지 읽어주세요 :-)

멋쟁이 스타트업


요즘 토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FOUND라는 창업자들만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정말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특성상, 콘텐츠 제작 전문 기업이 아니고서야 조회수나 구독자수가 수준 이상의 크리에이터만큼의 규모가 나오기 어려운데, 토스여서일까, 콘텐츠가 신선하고 재밌어서 일까 아니면 스타트업에 대한 대중의 흥미가 올라서일까? 난 전부인데!


서바이벌과 창업이라는 친숙 하면서도 생소한 둘을 엮어, 어쩌면 식상하다고 생각할 법한 콘텐츠를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잘 풀어낸 듯싶다. NEXT UNICORN에선 아예 토스 파운드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타트업들을 따로 테마 화하여 분류하기도 했다.


요즘 이런 콘텐츠들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레 약 5년 전 쓰라린 상처를 움켜쥔 채, 마음속 한편에 고이 묻어두었던 묘한 도전 의식과 창업에 대한 열망이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한 요즘이다.


나름대로 잘 다스리곤 있지만, 그래도 자꾸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니, 어느샌가 나의 삶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스타트업들에게서 누리고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바로 와이즐리이다.



앱등이들은 다 알걸? 아이폰 비닐 뜯는 '감성' , 출처: Wisely, https://www.wiselycompany.com/

와이즐리와의 첫 만남


내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1위, 내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브랜드 중 애플 다음으로 가장 오래 함께 했고, 나의 매일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브랜드, 와이즐리.


첫 만남은 아마 2019년쯤 아닐까 싶다, 그 전인가? 해외에 체류하다 보니,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던 생활필수품들을 정기적으로 보급하며 왔다 갔다 하던 때인데, 당시에 구독을 누리진 못하지만, 단품 구매로 빼놓지 않고 사가던 것이 와이즐리 면도날, 면도 크림이었던 것 같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초년생으로서 갈려나가던 즈음, 해외 생활에 들어가는 현금이 적지 않아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매번 비싼 면도날과 면도크림을 사야 하는 것이, 적잖이 부담되곤 했다. 정말 화가 나는 것은 면도날에 복불복이 있는 듯한 느낌.


Z 면도날 브랜드를 썼는데, 어느 날엔 절삭력이 맘에 들다가 도, 어느 날엔 미끄러지고 상처 나고, 절삭도 드문드문 되어, 수염이 빨리 많이 나던 본인에겐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본래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 평소와 같이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와이즐리에 대한 짤막한 기사를 봤던 것 같다.


구독형으로, 저렴한 가격에, 독일 OEM 생산을 도입한 남성 면도 용품 제조 스타트업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와, 구독형에 저렴하고, 그 훌륭한 품질을 자랑한다고 듣기만 해 봤던 독일산 면도기라니, 꼭 써보고 싶어, 반신반의하며 아무 생각 없이 쓰기 시작한 것이 벌써 2년이 넘었다.


바디도 나왔겠다, 립 글로즈도 내주시면 안 될까요? 출처: Wisely, https://www.wiselycompany.com/

훌륭하게 성장하는 와이즐리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난 단 한 번도 구독을 끊은 적이 없다, 그리고 2년이라는 짧다면 짧을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와이즐리는 고속 성장을 경험한 것 같다. 고속이었을 뿐이랴, 아주 건강하고 훌륭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한다. 누적 고객이 95만 명... 가장 경악스러웠던 것은 재구매율 93%.


이탈률이 늘기 어려운 고객군인 건 사실이다, 재구매율이 높은 것이 사실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그래도 93%라니, 정말 훌륭한 수치다. 다만 재구매율이 첫 '구독형' 상품 이용 이후 두 번째 구독형 상품 이용으로 측정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특정한 허들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래도 참 아름다운 수치다.


그뿐이 아니다, 내가 처음 와이즐리 구독을 하던 그날의 구매내역이 아직 남아 있는데, 당시에 와이즐리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이 면도 용품 밖에 없었다, 면도기, 면도날, 면도 크림, 애프터 케어 크림이 전부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스킨, 수분 크림, 선크림 등 피부관리 제품이 등장하더니, 남자들의 가장 큰 수요가 몰려있는 헤어 제품, 그것도 대부분 모발과 두피 건강을(탈모방지) 돕는 제품군, 이에 더해 비타민, 그리고 며칠 전에는 드디어 고대하던 바디 케어 제품도 등장했다.


이제 곧 생리대도 나온다고 들었는데, 이젠 고객군이 남성만을 타겟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여성 고객도 차츰 목표하며 보다 큰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는 와이즐리를 보며 새삼 뿌듯하다.


다음엔 꼭 차콜에 낚이지 않을 거예요, 꼭 새로운 몸통을 살 거예요, 출처: Wisely, https://www.wiselycompany.com/
제가, 딱 여깄는 거 다 갖고 있어요! 애플 풀-셋 안 부럽지, 난 와이즐리 풀-셋,  출처: Wisely, https://www.wiselycompany.com/

난 왜 와이즐리를 사랑할까?


성장은 성장이고, 제품 다양화도 무릇 소비재 기업이라면 당연한 수순이다. 제품 품질 개선, 제품군 다양화를 통해 시장 침투율을 높이고, 시장의 규모 자체를 키워나가는 것이 규모의 경제를 일궈야만 하는 업종 특성상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이러한 소비재의 경우 품질 차별화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경쟁률이 치열하다 못해, 고객들은 차별화를 인지하기 조차도 어렵다.


예컨대, 여드름 관리용 피부 관리 제품들이 한때 효능을 과장하여 광고하던 것이 큰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대부분의 제품들은, 딱히 대단하다 할 법한 새로운 공법이 도입되었다거나, 특이한 재료를 사용했다거나, 실제로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이 됐다고 할 법한 제품군이 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여드름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일정 효능이 드러난 여러 제품군들끼리 심히 경쟁했다.


결국 누가 살아남았을까? 최고의 재료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낸 브랜드? 수십여 개 특허로 보호받는 공법으로 제작한 에센스? 모두 아니었다. 그저 크게 불편함 없이, '괜찮네'라는 느낌을 꾸준히 제공해온 브랜드들이 성공적이진 않았으나, 매우 견조하게 조용히 매출과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었다.


와이즐리가 그런 것 같다. 와이즐리의 브랜드 소개서나 와이즐리 이야기와 같은 블로그들을 보다 보면, 제품에 대해서 참 많이 고민하고, 개발에 힘을 많이 준 것이 느껴진다. 어떻게 제작해야 좋을지, 어떤 재료를 넣어야 할지, 어떤 것을 피해야 할지, 우리네 피부 건강을 신경 씀이 느껴진다.


다만 그 신경 씀과 제품 자체가 가져오는 근본적 차별화가 소비자 피부에 와닿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보세요, 이렇게 훌륭한 선순환이 또 있을까요? 출처: Wisely, https://www.wiselycompany.com/

와이즐리는 조금 달랐다


내가 전체를 대변할 수 없고, 나의 의견과 경험은 철저히 개인화된 것이므로, 그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정도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반박 시 당신들 말이 전부 옳다. 나는 의약품, 화장품, 면도기와 같은 소비재들의 근본적 차별화가 제대로 기능하기 매우 어렵다 생각한다.


화해와 같은 화장품을 해석해드리는 다양한 앱이 있고, 관련 정보 플랫폼도 있으며, 누구나가 의지만 있다면 내용물이 무엇인지, 이 내용물의 효능과 부작용은 무엇인지, 관련한 저명한 논문을 찾아 읽어볼 수 있으나 사실상 이 모든 행위를 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 모든 조사 행위를 하지 않으면, 조사에 가까운 데이터와 정보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소비자에게 흡수시키지 못한다면, 근본적 차별화가 있더라도 소비자에게도 브랜드에게도 딱히 돌아오는 것이 없다.


누가 알아주랴?


다만, 와이즐리는 제품 자체의 개선도 꾀했지만, 제품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경험에 최선을 다한 것 같았다. 제품을 이용하며, "잘 잘리네, 부드럽네"와 같은 1차원적 경험도 있지만,


1. 제품 구매 여정

- 제품이 있는 사이트에 방문하고

- 제품 화면을 둘러보며, 무엇이 있는지 고르고

- 신상품이 있다면, 어떤 상품인지 재밌게 살펴보고

- 결정한 제품들을 장바구니에 넣어

- 기존에 등록한 결제 수단으로 별다른 복잡한 절차 없이 결제를 한 뒤

제품을 받기를 고대하며 기다리게 한다.


2. 제품 이용 여정

- 그렇게 제품을 받으면, 제품에 대한 카탈로그와, 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작은 편지가 온다.

- 사용법과 주의사항 등이 친절하고 간단하게 적힌 편지를 모두 읽고

- 예쁘게 쌓여진 포장 박스를 뜯어내어, 찬장에 두고

- 제품을 이용한다.

그렇게 제품을 써보기 시작하다.


3. 제품 교체 및 재구매 여정

- 제품을 모두 사용하거나, 교체가 필요할 때가 될 때쯤

- 카카오톡에 건강을 위해 제품을 교체해야 한다고 연락이 온다.

- 이제 곧 새로운 제품 구매가 진행될 것임을 알려주는 메시지도 온다.

그렇게 다시 새로운 제품을 받고 제품 이용 여정이 다시 시작된다.


우리가 본래 아는 것처럼, 소비재는 우리가 사용할 때, "아 이게 다른 제품보다 내 몸에 좋구나"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와이즐리는 제품과의 만남부터, 제품의 구매, 이용, 재이용의 모든 순환의 틈새 틈새에서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하려고 노력한다.


소비재의 특성처럼, 소비를 하고 끝나는 여정이 아니라, 소비재가 브랜드로서 나의 삶에 스며들어, 소비자 혹은 브랜드가 이별 문을 고하기까지 계속 여정에 함께하는 것이다. 그 여정 속에서 조금의 불편함도 허용치 않겠노라, 더 나은 경험을 주겠노라 다짐하는 깐깐한 장인이 내 옆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


"장인들의 흔적" 출처: Wisely, https://www.wiselycompany.com/

현명함이란 불편함은 줄이고 기대는 늘리는 것?


2년간 절삭력 조금 떨어지던 어느 시점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와이즐리에 대해 이렇다 할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절삭력마저도 Pro가 나오고 나선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속 기대하던, 바디 케어 제품이 드디어 등장해서 이미 내 기대치의 상한을 뚫고 로켓 타고 날아가는 중이라, 마냥 어여쁘게 느껴진다.


여러 제품과 서비스들의 캐치 프레이즈, 마케팅 문구, 제품의 개발 과정 등을 어쩌다 읽다 보면, 대개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 경험을 주겠노라 노력하고 있는 것과 같다. 좋은 접근이나, 우악스러운 경험은 사실 안 주느니만 못한 경험일 수 있다.


기본이 중요한 것 같다. 와이즐리는 소비재가 주어야 할 기본을 제공했다, 소비재를 구매하고 이용하는 동안의 본질적 불편함을 없애려 노력했고, 나아가 소비재에 기대할 수 없던 새로운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내가 와이즐리를 유독 사랑하고, 2년간 전 제품을 단 한 번도 끊김이 없이 이용할 수 있던 이유는 그것이다. 내게 특별한 것을 주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고 필요했을 법한 것을 찾아내어 손에 직접 쥐어주었기 때문이다.


와이즐리라는 단어가 뜻하는 것처럼, 이 브랜드와 함께 있노라면, 게으름을 피우도록 편의를 누리면서도, 그 편의를 위해 품질과 가격에서의, 소비자의 현명함을 희생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전 커서 샘 알트만이 될 거예요!", Source: venturebeat.com

와이콤비네이터의, ex-젊은 사장 샘 알트만이 말했다: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제품이 너무 좋아서 자발적으로 친구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제품을 가진 기업이다. (A product is so good, people spontaneously tell their friends about it). 가장 어렵지만 그게 전부다."


와이즐리 사랑해요, 그러니까 이제 헤어샴푸도 마이페이지에서 이것저것 써볼 수 있게 바꿔주세요, 두피관리도 써보고 싶단 말이에요, 오늘은 배송 지연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채팅 문의도 닫혔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팀이 광고 때리기도 전에, 먼저 가서 잽싸게 구매한, 와이즐리 신상 바디 샴푸와 핸드 소프로 뽀득뽀득 닦고 시원하게 잘 거예요. 그러니까 샴푸 선택지 좀 넓혀줘요.


와이즐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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