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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을 켜는 여자 Oct 19. 2017

숨은 여유 찾기

전라남도 영암 여행기


1. 월인당(月印堂)


  목포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가면 영암군 모정마을에 위치한 월인당에 도착한다. 언덕을 올라 나지막한 울타리 사이로 들어가니 정원 너머 황토 빛의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장보다 먼저 나를 맞이한 건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달려드는 백구이다. 마루 밑에 신발을 벗어놓고 방에 들어간다. 빳빳하게 풀을 먹인 이불이 깔려있다. 짐을 풀고 방에 앉아있으니 문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멋지다. 흔한 텔레비전 하나 없어 심심할 듯도 하나, 툇마루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름 운치 있다. 보일러가 아닌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떼는 구들방이라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다. 월인당 근처 호숫가에 원풍정(願豊亭: 풍년을 기원하는 정자)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정자가 있다. 아침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곳까지 산책하면 좋다.


월인당 / 방에서 본 툇마루 / 원풍정

  


2. 구림한옥마을


  구림마을은 삼한시대부터 2200년의 전통을 지닌 자연마을이다. 월인당에서 3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마을은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기품 있게 고요하다. 구불구불 미로처럼 생긴 길을 따라 걸으며 낮은 돌담 너머 한옥을 구경한다. 대문이 열려 있으면 조용히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다. 한동안 걷다 보면 죽정서원이 보인다. 죽정서원은 1681년에 문신 박성건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워졌다고 한다. 죽정서원 옆의 간죽정(間竹亭)에 앉아 잠시 한숨을 돌린다. 옛 선비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마을 사이로 흐르는 개울 위 다리를 건너면 조종수 가옥이 있다. 창녕 조씨 문중의 종가로 조선시대 때 지어진 모습 거의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집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데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참 많이도 스쳐갔다. 느긋하게 마을을 거닐자니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 책을 보는 것만 같다. 집과 자연의 경계마저 모호해 시간의 흐름이 멈춘 느낌이다. 오랜만에 '여유'라는 두 글자가 마음속에 떠오른다. 


구림마을

간죽정 / 조종수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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