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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Jan 25. 2022

정반대 성격의 부부가 사는 법

슬기로운 부부생활

어느 날 회사 후배가 한껏 풀 죽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오래 사귄 남자 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혼을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성격이 정~말 정 반대라서 걱정이에요. 괜찮을까요?"


물론, 이에 대한 정답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고

사람 바이 사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것이다.


이 질문에서 가정된 '성격이 비슷하면 잘 살 것이다.'에는 오류가 있다.

첫 번째 오류는 성격 판단의 오류다.

정말 나와 성격이 잘 맞고 똑 닮아서 결혼을 했는데

알고 보니 완전 정 반대 성향이었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성격이 닮아있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나의 단점을 상대방이 똑같이 빼닮았다면,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고 착잡한 기분이 들 것이다.

세 번째 성격이 다르더라도 잘 맞춰가며 사는 부부도 이 세상에 많다는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다 보면 서로 다른 퍼즐 조각이 완벽하게 맞춰질 수도 있다.


우리 부부가 바로 세 번째 케이스다.

신랑과 나는 정말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일을 할 때, 나는 미리 계획을 하고, 신랑은 그때그때 대처하는 편이다.

계획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당황하고 힘들어할 때면

신랑은 옆에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새로운 방향으로 일을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계획성 있게 미리 준비하는 사람과,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 만나니 무서울 일이 다.


나는 급한 성격이고, 신랑은 여유롭다.

빨리 처리하고 새로운 일을 하려 하다가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시야가 좁아질 때면

신랑은 옆에서 말없이 팔을 꼬옥 잡고 어깨를 톡톡 치며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미처 내가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한번 더 든든히 챙겨준다.

성격이 급해서 뭐든지 빨리빨리 추진하는 사람이 빛나는 순간이 있다면,

인생에는 여유로운 사람의 넓은 시야가 빛을 발하는 순간도 참으로 많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걱정이 많고, 신랑은 뭐든지 잘될 거라고 믿는 긍정왕이다.

예기치 못한 변수들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불안해할 때마다

신랑은 옆에서 "걱정이 없어요~ 다 잘될 거야~."하고 노래를 부른다.

내 성격으론 미리 걱정을 해서인지 사전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예방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들에 최악의 결과를 생각하곤 공포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뭐든지 잘되리라 믿는 신랑의 말들이 중심을 잡아준다.

물론 가끔 너~무 마음 편해 보여서 답답할 때도 있지만,

신랑의 '다 잘될 거야.'는 내 인생의 흔들림을 꾸욱 눌러주는 무게추 같은 든든한 존재다.


나는 물건을 버리려 하고, 신랑은 물건 버리기를 힘들어한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집안을 뒤져 뭐라도 하나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그렇게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도 머리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라 좋다.

신랑은 물건에 어린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선물 받은 편지와 직접 만든 선물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물건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나는 뭐든지 쉽게 만족하는 법이 없고, 신랑은 현재의 상태에 잘 만족하는 사람이다.

만족을 모르다 보니 언제나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에 발전은 할 수 있지만

가끔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날이 많고, 좌절하는 시간들이 많다.

그때마다 신랑은 "지금도 충분해~ 완전! 더 잘할 필요 없어~! 그럼 그럼~"하고 말해준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것들에 감사하자고 이야기한다.

부족함 없이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다.

내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니 이런 축복이 어디 있을까, 생각한다.


나는 은근히 일을 대충대충 하지만, 신랑은 정말 세심하다.

뭐든지 잘하고 싶어 하면서도 귀찮다 싶으면 "대충 해~ 안 죽어~"하면서 훅훅 넘겨버린다.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정리할 때면 어떻게든 구겨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신랑은 방향을 맞추고, 완벽한 테트리스로 추가 공간을 더 확보한다.

대강 도르르 말아서 넣는 나의 빨래 더미는 쉽사리 무너지지만

세심하게 각 맞춰 착착 개어놓는 신랑의 빨래는 높이 쌓아도 튼튼하다.

집안일을 나보다 훨씬 잘한다는 말이다.


나는 전자기기를 들여다보거나 정보를 검색하고 쇼핑하는 것을 힘들어하지만

신랑은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알려주고,

최저가 쇼핑을 어떠한 알고리즘보다 잘 찾아내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내가 꼭 챙겨야 할 리스트를 정리하면, 신랑이 핸드폰으로 장을 보거나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면 모든 것이 완료되어있다.


이렇게 다른 성격으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간다면 성격이 다른 것은 걱정이 아니라 최고의 궁합이 될 수 있다.

물론 우리도 가끔 예민해질 때면 서로의 성격을 탓하며 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들은 "역시, 우린 최고야." 손뼉을 짝 마주치며 살아간다.


그러니, 성격이 다르다고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 서로 이해하며 최고의 궁합을 만들어갈지

신나게 고민하며 서로를 아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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