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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Apr 05. 2022

두번째 시험관시술을 앞두고

예민한 기다림의 시간들


화학적 유산 이후로 월경이 없은지 2달 하고도 10일이 지났다. 결국 지난 주말엔 월경을 유도하는 주사를 처방받았다.

괜한 걱정이 뒤따른다. 
이 불규칙한 월경이 혹여나 시험관 임신 과정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꼬박꼬박 규칙적으로 일어나야할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니 내 몸마저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싶어 원망스럽다.
그동안 맘고생 몸고생 해왔으니 이제는 조금 덜 힘들도록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으면 하는 마음인데 
아주 어림없지? 싶게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는다.

왜 월경이 시작되지 않는지에 대한 뚜렷한 원인도 찾을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지난 시험관시술에 몸에 부어넣은 어마어마한 호르몬약제 때문에 호르몬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인지,
화학적 유산 이후로 몸이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한건지,
그저 다낭성이기 때문에 이전에도 불규칙했던 월경이 조금 더 텀이 길어졌을 뿐인건지,
갑작스레 일어난 인사이동으로 받은 스트레스로 뇌하수체가 지금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요즘 계속해서 잠을 설쳐서 피곤한 탓인지,

 알 수 없다.
의사도 뚜렷한 원인은 모르겠고, 스트레스와 다낭성이 영향이 있을 순 있다. 라고 방어적으로 진단 할 뿐인데 난들 어찌 알겠는가.

지난 두달 동안에는 사실 주말마다 피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지 않아 좋았다.
잠시간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여기저기 놀러도 다니고, 취미생활도 충분히하고,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집을 돌보며 봄맞이 대청소도 깔끔하게 했다.
그런데 이쯤이면 다시 시작해야 할터인데 월경 소식이 없으니 점점 초조해져갔다.
다시 불안이 찾아왔다.

지난번 시도에서의 '실패경험'은 나에게 두려움을 남겼다.
나는 실패에 참 약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내 인생을 보곤 평생 성공만 하고 살아왔다며 온실속의 화초라서 실패를 못견디는 거라고 했다.
결국 될 일인데 몇번 실패한걸로 너무 마음쓰지 말라는 식이다.
과연 본인의 일이 되어도 그렇게 툴툴 털고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아닐것이다.
보통의 인생 과제는 실패 후에 원인을 찾고, 노력함으로써 그다음 시도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임신은 그렇지 않다.
지금 당장 월경이 이어지지 않는 원인조차 알지 못하는데, 사람마다 난자 채취가 잘 안되거나, 수정이 잘 안되거나, 착상이 잘 안되거나, 착상유지가 잘 안되거나, 조산을 하게 된들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대체 뭘 노력해야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가 개선할 수 있는 항목이 눈에 명확히 띄지 않으니 불안하고 두려운것이다.
정확한 원인을 개선할 수 있으면 실패한 것에 크게 상심하지 않겠지만, 그게 어렵기 때문에 실패경험이 더욱 무서운 것이다.

미래는 내가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법이라지만, 자꾸만 조바심이 난다.
이번에도 안되면 어떡하지?, 돈은 얼마나 들고?, 그다음 월경은 또 언제 찾아오려나?, 회사에 눈치보는건 언제까지 해야하지?
내 연차가 남아있는 정도로 끝내야하는데 가능할까? 라는 질문이 자꾸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어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예민해진다.
조만간 병원에 다녀야하고 이식 전후로는 너무 무리하면 안되는데 일감은 계속해서 폭우처럼 쏟아진다.
화장실 갈 새도 없이 일하는 날이면 온몸에 진이 빠지고, 화가 몰려온다.
물론 회사 사람들이 나의 마음과, 몸 상태를 배려야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힘든 때 부당한 업무지시라도 받는날이면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굳이 나에게 넘겨야하나?'라는 의문이 들어와 더욱 화가난다.
"시험관 시술하는거 그거 그냥 병원 한 두세번 다녀오면 되는거 아니예요? 일 할 수 있잖아요."라고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직원한테는 "그럼 네가 한번 주사 맞고 병원다니면서 몸상태가 어떻게 되는지 경험해보세요."하고 쏘아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병원에 다니고 있을 때 마저 이렇게 업무강도가 심하면 버텨낼 수 있을지 두렵다.
또 다시 실패했을 때, 내가 일을 해서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내가 나를 괴롭힐 것 같다. 
업무강도가 심한 것과 성공하지 못한 것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자신이 없다.

사람들이 별 의미없이 말하는 말들에도 혼자 상처를 받는다.
"애 생기면 진짜 고생이다. 자기 시간도 없어. 애 없을때 많이 놀아."
"저는 딸이 좋아요. 둘은 낳고싶은데~"
"애기가 너무 예쁘다. 역시 애기는 최고야."
"결혼 N년차면 이제 낳아야겠네."
별 뜻 없이 나온 말들에 상처를 받는다.
온몸에 가시가 하나 둘 돋더니 이내 온몸이가시가 되어버린다.
가시의 뾰족한 부분이 외면을 향하지 않고 나를 찌르는듯 아프다.
직장에서 '아이'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심장이 잠시 박동을 멈추는 듯 하다.
이렇게 별일도 아닌 것에 예민해지는 내가 또 싫어져 슬퍼진다.

지금 이 마음을 누군가 이해해주지 못할 것 같아 또 다시 외로움이 찾아온다.
오로지 나만이 알 수 있는 내 마음.
그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는 것만 같아 곪은 상처가 마음에 켜켜이 쌓인다.
어디에 이야기한다면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래.', '무슨 말도 못하니?'라는 말이 되돌아올까봐,
그 때 내가 받을 상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점점 말을 안으로 삼킨다.

가끔은 그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남편을 탓하게 된다. 남편도 잘못이 없는데, 나의 괴로움을 소화하지 못한 못난 나는
괜히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 툭 치고, 못나게 군다.
아직도, 여전히, 남은 시험관시술 과정을 나 혼자 버텨내야한다는게 억울한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대신 병원에 다녀올 수 없어서,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없어서 미안해."
라는 말이 듣고싶은데, 그 말을 듣는다 해도 마음이 가볍지 않을 것 같아 슬프다.


그저 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해낼 수 있다고 믿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남안 날들엔 견딜 힘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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