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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볕 Nov 24. 2019

세상 불편한 '사다리 게임'

우리는 함께 행복할 수 없을까


감정의 승부

  

  지난 회사 워크숍 '보물찾기'는 직원들의 열렬한 참여를 이끌었다. 60여 개의 상품과 60만 원의 상금이 걸린 미션은 모두의 의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서로를 견제하듯 2시간 정도가 지났고, 뜻밖의 성과를 얻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나 역시 평소에는 들여다보지 않았던 곳곳에 의미를 두었으나 아무런 성과는 없었다.


  그나마 기대로 남은 건 팀의 우승이었다. 1조 인 우리 팀은 6조와 동점으로 알파벳 한 개만 찾으면 단어를 완성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6조가 우승 상금의 지분 할당을 해주겠다며 강제 아닌 반강제로 다른 팀의 알파벳을 뺏어 오는 바람에 1등은 무산되었다. 이게 무슨 경우?! 우리는 재미로 하는 보물 찾기에서도 비즈니스의 쓴맛을 보아야 했다.  


  열렬한 참여가 헛헛하게 무산되는 순간, 몇몇 직원들은 웅성거렸다. 찾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실망스러웠다. 그 원망 섞인 순간을 눈치챘는지 대표는 결국 우승 상금을 전체 직원들과 나누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모든 조는 뜻밖의 10만 원을 할당받을 수 있게 되었다.


득을 운에 맡기어 승리할 것인가
선택에 맡기어 함께할 것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팀 상금을 6명이 나누면 약 1만 6천 원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조금은 위로되는 것 같았으나 그 감정과 기대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단체 카톡방에서 조원 중의 하나가 "사다리 게임으로 몰아주는 것은 어떤가요?" 하며 제안했기 때문이다. 순간 불편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기도 했고 그 10만 원의 전부를 바라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팀 미션 상금으로 팀이 함께 좋을 수는 없는 걸까' 누구는 기뻐하게 되고 누구는 실망하게 될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때로는 실력이 아닌 운빨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사소한 선택마저 운빨에 맡겨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누군가 나서서 나누어 가지자는 말을 섣불리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 싫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그 조원에게 개인적으로 불편한 마음에 대해 언지을 주었으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확실한 결정 없이 단체 카톡방에서 사다리 게임은 돌아가고 있었고 우승자와 탈락자는 결정이 났다. 누구의 의해 정해진 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안자에 의하면 6만 원 1명과, 4만 원 1명, 6만 원 당첨자가 아이스크림 돌리기?로 정해진 것 같았다.



별것도 아닌 선택


  마음을 비우고 당첨 결과를 열어보는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승리의 6만 원 당첨자가 바로 내가 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기대가 실망감으로 다가올 때 아쉬워할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운빨에 대한 불편한 시작을 선택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대로 탈락자 네 명에게 만원씩 건네었다. 그런 뜻밖의 상황에 그 별것도 아닌 만원에 모두 운빨을 가진 사람처럼 좋아했다. 아마 나조차 그 별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두어 함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것이 무어라고 애초에 운빨에 맡기어 득의 재미를 보려고 했을까. 오늘도 고민한다. 우리는 함께 행복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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