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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볕 Sep 19. 2020

선택은 자유롭게 도움은 확실하게

소중한 선택일지 모르는 순간

  그를 기다리는 10분 전, 감성 가득한 꽃집을 지나치려다 그의 말이 떠올랐다. 화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마침 꽃병 안에 수경으로 키울 수 있는 식물이 눈에 꽂혔다.

 

  한참을 여러 꽃들을 신중히 관찰하는 동안, 아무도 나의 선택을 간섭하지 않았고 꽃집 언니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누가 다가 올 걱정 없이 눈치도 보지 않고 그를 생각하며 고민할 수 있었다.



  올곧게 뻗은 대나무 죽순과 미니 테이블 야자가 눈에 들어왔다. 마음을 담고 싶은 선물인 만큼 그중에서도 상태가 좋은 식물로 데려가고 싶었다. 하나를 고르자니 다른 하나가 더 좋아 보였고, 다른 하나를 고르자니 또 다른 하나가 좋아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그 앞에서 서성거렸다.


  문득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와 잎은 어떤 모양이 예쁜지, 얼마만큼 자라는지, 어느 환경에서 키우고, 물은 얼마나 줘야 하는지 등 최선의 결정에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그가 좋아하길 바랬으니까'
 소중하게 고르고 싶었다.




"저 혹시 이것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꽃을 다듬고 정리 중이던 두 분에게 물었다.


"그냥 가지고 들어오시면 돼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나는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려다 말았다. 그분들이 어떠한 관심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충분한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것이 그들의 무관심 덕택일 수 있겠지만, 그 무관심은 내가 받고 싶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나는 완전한 도움이 아니고 내가 원하는 명백하고 확실한 도움이 필요했었다.


  중요한 선택을 하는 순간, 대충이고 싶지 않았다.



* 사진과 글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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