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왜 한국 유튜브에 유독 자막이 넘쳐날까?
유튜브를 보면 그야말로 자막의 향연이다. 모든 대사를 자막으로 타이핑함은 물론, 등장인물이 말하지 않은 것도 마인드 리딩 자막으로 삽입하고, 상황 설명하는 자막까지 화면 가득 메운다. 사실 자막은 공수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편집이다. 2분 동안 계속 말하는 영상이라면 자막 따는 데만 평균 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유튜브 채널이 이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튜브 시청자는 인내심이 박하다. 리모컨보다 가까운 게 내 손 안의 휴대폰이니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바로 이탈한다. 유튜버가 시청자의 주의를 붙들어두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를 줘야 한다. 화면 전환이 잦든, 효과를 주든, 오디오가 비지 않게 하든, 심지어 어미를 바꾸든. 이중 시각적인 변화가 가장 강력하다. 자막은 가장 가성비 좋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수단이다.
소화력 나쁜 '먹는 사람' 뿐 아니라 '떠먹여 주는 사람'의 이슈도 있다. 대한민국 예능 자막의 판도를 강호동이 열었다는 썰도 있다. 사투리 쓰고 발음이 부정확한 강호동이 간판 MC다 보니 자막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무한도전>과 <라디오 스타>에서 PD, 작가 관점의 관전형 자막이 더해지면서 자막의 세계는 무한 증식했다. 유튜브 역시 공중파 예능 포맷의 영향을 받았을 테니 일단 이 정도의 자막은 기본으로 깔고 시작한다.
그런데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비하면 강호동은 아나운서 급이다. 유튜버들은 전문 방송인이 아닌지라 비문이 많고, 딕션이 뭉개지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오디오 장비, 촬영 환경 등이 열악해 소리를 명확히 따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전달력을 위해서라도 유튜브에는 자막이 필요하다.
또 하나 재밌는 현상이 있다. 해외 유튜브 대비 한국 유튜브에 유독 자막이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3가지 합리적 가설이 있다.
질문을 바꿔 왜 해외에는 자막이 많지 않은지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반면 월 유튜브 시청자 수 기준 1, 2위인 미국, 브라질의 문맹률은 10%에 가깝고, 5위인 인도는 문맹률 35%에 육박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수준을 넘어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으로 보자면,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유튜브 자막을 한눈에 이해하기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떠먹여 주는 자막도 소화 가능한 사람에게나 의미 있다.
마인드 리딩 자막이 많다는 것은 밖으로 내뱉는 내용과 속으로 생각하는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직설적인 서양 대비 우회적이고 관계, 상황 등 맥락이 필요한 발언들이 많다. 그냥 말 안 해버리는 일도 많고. 그렇게 묵음 처리된 말들이 자막이 된다. 일본에 자막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어나 스페인어는 자동 자막 기능의 정확도가 꽤 높다. 이렇게 훌륭한 대체재가 있으니 아무래도 품 많이 드는 자막을 달 유인이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어 자동 자막 기능은 시청에 방해만 되는 경우가 많다. 제3세계의 설움이다. 덕분에 우리는 총천연색 자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결핍이 무기가 되었다.
* 질문하는 어른의 유튜브 살롱, 유튜브코드에서의 대화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