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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공방 May 25. 2022

꽃다발을 팔지 않는 꽃집

비쌀게 분명한 꽃들이 가득한 카페를 우연히 발견했다. 아니 카페라고 하기에는 너무 꽃이 메인인 것 같은 장소였는데 커피를 팔았다. 인테리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장님의 미감을 증명하듯 커피는 역시나 맛있었고, 좁은 공간임에도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했다. 며칠 새 두세 번을 갔는데, 사장님은 매번 꽃 한 두 송이를 싸주셨다. 어떻게 관리하라고 꼼꼼히 알려주시며. 


이번에 갔을 때는 어머니께 꽃다발이나 선물할까 싶어 가격을 문의하자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수지가 안 맞아서 꽃다발을 팔지는 않아요.
꽃 욕심이 많아서 제 눈에 예쁘게 만들고 나면 너무 비싸지더라고요.

알고 보니 가끔 플라워 클라스만 운영하시고, 주된 수입원은 커피라고 한다. 대체 누가 와서 커피를 마시겠나 싶은 한적한 골목에 있는 가게라 여간 걱정되는 장사 방식이 아니었다. (경영학도의 오랜 버릇) 그러다 문득, 내가 애정을 나눠주는 방식과 사장님의 운영 철학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제대로 가격을 매기자면 욕심이 나 너무 비싸져버리는 애정을 한가득 늘어놓은 작은 공간. 그래도 들렸다가는 사람에게는 꼭 작은 꽃 한 송이라도 손에 들려 보낸다. 좀 더 복작복작한 골목에서 적당한 꽃다발을 만들어 적당한 가격을 받고 팔면 더 수월하게 장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적당히’가 어려운. 월말마다 회계장부 앞에서 쓴웃음을 짓더라도 다음날 아침이면 가장 탐스럽고 예쁜 꽃을 주문하고서, 눈을 빛내며 칭찬하는 어떤 손님에게 공짜로 나눠줄 것이다. 


꽃을 받아오는 길은 선명해질 수밖에


그래도 뭐 가게는 주인 마음 아니겠는가. 사장님, 부디 파산하지 마시고 오래오래 영업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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