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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김성훈 Feb 26. 2017

하주 종일 멸치를 까 두셨다

엄마는 하루 종일 멸치에 집중하신다.

나이 86에 엄마는

하루 종일 멸치를 까 두신다.  투덜투덜 하시면서. 깨끗이 뼈까지 정리해서 깨끗이 정리하신다. 한치에 오차도 없이 머리를 따고, 손 끝으로 멸치를 세로로 눌러서 딱 쪼개면서 내장을 꺼내며..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뼈까지 분리하신다.

몸에 좋은걸 오히려 안 먹으려 든다며, 한식은 손이 너무 간다며, 누나를 탓하며, 민족의 식생활과, 거침없는 조선의 모습까지도 얘기하신다.

하지만 그 긴 시간 손끝 야문 맏며느리의 기운은 어쩌실 수 없는 듯. 한치에 오차도 용납하지 않으신다...   

이상하다.
 16살에 시집오셔서.  70년간

.. 고생에 고생을 하시면서..  지금은 많이  불편하셔도 많이 기억이 나자 않아도. 그 손에서 익숙해진 것들은 잊혀지지 않으신가 보다.

이 집 안에 살림은  엄마가 다 일구어 내신것

이것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이고 못하겠다"하시면서도 손에서는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손 끝..

옆에서 "엄마 뼈는 안 발라도 된데" 해도 금방 잊으시고 또 깨끗이 뼈까지 발라 내시는 손끝.

그래서 여기 지금 편안히 앉아 있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다니기도 하며.

이런저런 잘난 척을 하며.

자주자주 시골 내려가야 하는데 참 그게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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