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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김성훈 Aug 07. 2017

아버지, 그리고 아빠가 쓰다.

아버지가 쓰신 편지는 지금 아빠가 된 나에게 깊은 의미가 된다.

작은 날 기억은 그만큼 짧다.

아버지와 함께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궁금하지 않았다.

같이 머물렀던 시간도 탁한 회색이었다. 그랬다.

그때의 아버지는 어린 나와는 어울릴 수 없는 색을 가지고 있었다.

기억은 평평한 바닥과도 같다. 특별한 기억이 없다. 

기억은 탁해졌다.


그곳에 아버지의 눈빛과 마주하면 

긴 침묵 혹은  외면...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되셨다.


책장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버릴 것들과 보관할 것들을 나누었다. 버려져야 할 많은 책들과 

보관해야 할 일기장들,  수없이 쓰고 지웠던 기억들,  내가 따라다녔던 시선들,


                                                                       그곳에 끼워져 있는 

                                                                       아버지의 편지.


아버지는 종종 편지를 보내시곤 했다. 

길게 혹은 아주 짧게..

열심히 살아라, 지치지 말아라, 나중에 복이 온다. 똑같은 말들이었다...


기억이란 나만 느끼는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만 기억은 저장된다.


하지만 그곳에는 중년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가 끼워져 있었다.

중년이 된 아들이 마주한 중년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

그곳에 쓰인 말들은.. 내가 매일같이 반복하며 되뇌는 말들

그 지겨웠던 말들을 난 나에게 하고 있다.


아버지가 쓰신 편지는 다짐이었을까?  

서투른 아버지의 편지는 어린 나를 이해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쉽지 않은 다짐은

이해와 나에게 주는 깊은 희망이었다.





너를 이해해 주는 아빠가 될게, 노력하는 아빠게 되어볼게..

그리고 아이에게

짧은 편지를 쓴다.

중년의 아이는 어린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나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의 아이에게 

그 모습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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