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뮤지컬단 <작은 아씨들>
고전 각색의 과제는 원작 시대상을 오늘날 감수성에 맞추는 것이다. 알코트의 자전 소설 ‘작은 아씨들’은 자주적인 여성을 그린다. 원작을 읽다 보면 19세기와 21세기 여성의 언어가 이리도 닮아있다는 게 놀랍다.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원작의 메시지는 각색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겠다.
다만 각색에는 여러 과제가 따른다. 각색가들은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공연에 맞게 압축해야만 한다. 자연스레 지난해 개봉한 영화 ‘작은 아씨들’이 떠올랐다. 영화감독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 두 시기를 자유롭게 뒤섞어 상상의 즐거움을 준다. 반면 뮤지컬에 참여한 한아름 작가는 극중인물인 ‘조(Jo)’의 내레이션으로 사건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켰다. 플롯은 다르지만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려는 공통점이 보였다.
영화와 뮤지컬의 공통점은 캐릭터 설정에도 있다. 두 버전 모두 네 자매의 독특한 개성을 다뤘다. 특히 눈에 띄는 역할은 막내 ‘에이미’이다. 원작에서는 ‘조’의 존재감이 압도적인데, 거윅의 영화는 에이미의 비중을 크게 둬 이목을 끌었다. 뮤지컬에서도 에이미와 조를 비슷한 비중으로 두어 주체적으로 성장한 여성의 모습에 힘을 줬다.
작곡·작사를 맡은 박천휘는 다양한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28개의 넘버는 캐릭터에 맞춰 장르를 다르게 설정했다. 첫째 메그의 허영심은 왈츠로, 둘째 베스의 수줍음은 차분한 클래식 음악으로 표현했다. 부푼 꿈을 지닌 조와 에이미는 대중음악을 써서 150년 전의 이야기에도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뮤지컬은 ‘집’이 주는 힘이 강했다. 무대는 작은 다락방이 있는 네 자매의 집이 중심이다. 이후 꿈을 찾아 떠난 뉴욕과 파리를 지나 다시금 집으로 돌아온다. 네 자매는 서로에게 다정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거센 성장통을 겪으며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집이란 공간은 온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한가운데에도 가족 단위 관객이 유독 많이 보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훈훈한 ‘가족 뮤지컬’이 될 듯하다.
글_ 장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