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이 달갑지 않은 이유
*2016년 5월 23일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최근, MBC의 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많은 여성이 드라마를 보며 고충에 공감한다. 사실 워킹맘 문제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산업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하는 여성이 증가했음에도, 2016년의 한국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적 사고와 남성주의적 시각 아래 운용된다.
‘워킹대디’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는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집안일은 여자가 집 밖의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집안‘일’은 일로 보지 않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럼에도 일터에 나선 여성들은 '안주인'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에게 자녀양육의 책임을 일임하는 동시에, 직장에서는 '고용인'으로서의 완벽한 일처리를 요구받는다. 일과 육아, 모든 것을 해내야 '일하는 여성'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알파걸'이라는 단어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간혹 치열한 노력으로, '알파걸'로 거듭난 여성들 역시 사회적 차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녀들은 '임신 이후 퇴사권고를 받고도 무시할 수 있는', '완벽한 일처리가 여성답지 못하다는 소리에도 침착한', '맡은 직무가 아닌 커피를 타는 일을 지시받고도 미소지을 수 있는', 그리고 '뻔뻔한' 철면피를 가장한 후에야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알파걸이 될 수 없는 수많은 일반 여성들, 대부분의 워킹맘은 경력단절의 길을 걷거나, 타의적 이유로 출산을 포기한다. 이는 교육된 인재와 후대의 노동력까지 잃는다는 점에서, 크나큰 국가적 손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가와 대부분의 기업은 '근시안적 문제'에만 치중한다. 현재의 고용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는, 남성만이 노동력이 주가 되었던 과거에서 멈추었다.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적 역할을 무시한 채, 지극히 남성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것이다. 일하는 여성에게 '고용인' 혹은 '양육자'라는 이분법적 역할만을 강요하는 현실은 시대착오적일 뿐더러, 여성의 인권을 기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통탄할 만하다. 2016년 한국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 이를테면, 아동방임과 저출산,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업문화는 워킹맘 문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자는 '가정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관점에서, 지금의 한국은 겨우 연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자는 밖에서, 여자는 안에서' 일해야만 가정이 살고, 나라가 사는 것이 아니다. 양면을 바라보지 않고, 단면에 치중했을 때, 사각지대에서 문제는 발생한다. 시대는 변했고 사람은 평등하다. 워킹맘을 바라보는 시선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